누구보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다.
LG의 슈퍼스타 박용택(34)이 포스트시즌 대폭발을 예고했다. 박용택은 17일 문학 SK전에서 2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1회초 첫 타석부터 좌전안타를 날린 박용택은 5회초 1사 3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리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그리고 7회초 1사 2루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 번트로 1사 1, 3루를 만들어 직접 찬스를 만들었다. 경기 후 박용택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점수를 꼭 내야하는 상황이라 무조건 진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려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는데 운 좋게 안타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LG는 3점을 뽑아 5-3으로 재역전했고 끝까지 2점차 리드를 지켜 승리를 가져갔다.
지난해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박용택은 올 시즌도 지난해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17일까지 시즌 타율 3할2푼1리, 2009시즌 3할7푼2리로 타격왕을 차지한 이후 가장 정교하게 배트를 휘두르는 중이다. 무엇보다 타순을 가리지 않는다. 올 시즌 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자리하며 팀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리드오프 오지환이 부진하자 1번 타순에 배치돼 타율 3할2푼9리 출루율 4할1푼으로 특급 1번 타자가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LG는 2번 타순 타율 2할5푼으로 9개 구단 중 6위에 쳐져있다. 출루율은 3할1푼6리로 8위에 불과하다. 팀 타율 2할8푼4리 득점권 타율 2할9푼9리로 각각 2위와 1위, 리그에서 가장 집중력이 뛰어난 타선을 자랑하지만 2번 타순은 옥에 티다. 결국 LG는 17일 경기서 박용택을 2번 타순에 배치했고 박용택은 팀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올 시즌 박용택은 1번 타순부터 5번 타순을 모두 경험, 5번을 제외하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수비 공헌도 또한 높다. 지난 시즌부터 다시 외야 수비에 투입된 박용택은 중견수와 좌익수 자리를 오가며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타구 판단 능력이 뛰어나고 스피드도 지녔기 때문에 수비서도 팀에 큰 힘을 실어준다. LG 유지현 수비코치 또한 “용택이가 공격 뿐이 아닌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굉장히 크다. 수비서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굉장히 잘해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박용택은 11년 만에 맞이할 포스트시즌을 응시하고 있다. 2002시즌 LG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 전력 이상의 저력을 뽐냈었다. 당시 신인이었던 박용택은 KIA와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홈런 두 개를 터뜨리는 등 타율 3할5푼 4타점 3득점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려놓는데 앞장선 바 있다. 프로 첫 시즌부터 타율 2할8푼8리 OPS .826로 두려움 없이 질주하던 모습을 가을잔치에서도 그대로 이어갔던 것이다.
박용택은 “지난 주중 KIA전에서 내 스윙이 나오며 타격감을 찾은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주말 NC전에서는 안 됐다. 그래서 좌절했지만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리려고 한다”며 “꾸준히 페이스를 올릴 것이다. 포스트시즌에는 아마 200% 폭발하지 않을까싶다”고 가을잔치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LG는 17일까지 69승 47패로 1위 자리를 사수 중이다. 시즌 종료까지 1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 매직 넘버 ‘4’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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