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슬기, '예체능' 인기? 일본서 더 유명한 볼러 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3.09.18 10: 30

지난 6월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볼링편에 미모의 족집게 과외 선생님으로 등장,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단 수식어가 화려했다. 최연소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입문 기록 보유, 사상 첫 해외진출 성공 여성 프로볼러. 외모는 덤. 낯설었지만 수려했다. SNL김슬기와 동명이인으로 친근한 이름을 가진 그 주인공 김슬기(24, 사가미하라 파크레인) 프로(2기)를 OSEN이 만났다.
▲ '끼' 넘치는 여자 프로볼러
'우리동네 예체능' 출연 후 김슬기는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각 포털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 차분하고 조리있게 강호동, 이수근 등 연예인 선수들을 지도했다. 과연 방송 녹화로 떨지는 않았을까.

대답은 담담했다. "연예인을 보고는 떨지 않았다." 김슬기는 "작년까지 DSD 삼호 소속이었다. 그 때 오지호 씨 등 연예인들과 함께 연습도 해봤고, 일본에서 방송 경험을 계속하고 있어서 별로 떨리지 않았다"면서 "그저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을 설명할 수 있을까 걱정만 했다. 혹시 잘못 말하면 어쩌나 고민했다"고 웃어보였다. 또 "일본 화면은 넓게 퍼져 보이는 데 한국은 잘 잡히는 것 같아서 좋다"고 오히려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슬기는 일본 P-리그에서 뛰고 있다. 정규리그와는 구분이 되는 P-리그는 일종의 볼링 이벤트다. 그러나 '혁명'이라 불리며 일본 방송 고정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존 경기 위주 중계에서 과감하게 탈피, 볼링 선수의 매력까지 어필하게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6년 4월 막을 올린 P-리그는 아마, 프로 구분없이 5개의 'P(Pretty, Performace, Passion, Power, Perfect)'를 어필할 수 있는 24명의 여자볼러에게만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실력과 끼를 겸하지 않고서는 설 수 없는 무대 P-리그 정상까지 경험했던 만큼 김슬기의 이런 자신감은 당연한 것이었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김슬기에게 기술적, 정신적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김종택 프로볼링협회 이사 역시 김슬기에 대해 "끼가 넘친다"고 한마디로 평가했을 정도다. "어리지만 잘 떨지 않는다"는 김 이사는 "그래서 일본 P-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프로볼러로서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김슬기는 "일본에서 버라이티를 겸한 경기를 뛰어봐서 그런지 재미있었다"면서 "우리동네 예체능은 볼링쪽으로 심오하게 들어가진 않더라. 시청자들이 볼 때 재미있고 어렵지 않게 유도, 부담없게 만들어 주더라. 녹화를 했다기보다 한바탕 신나게 놀았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방송 후 알아보는 사람은 없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쿨하게 넘겼다. 그러면서도 "전에는 일본에서만 나를 알아봤다. 방송 후 길거리에서는 몰라도 볼링장에서는 가끔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더라"라고 쿨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 한국에도 볼링 프로그램 있었으면...
김슬기는 우리동네 예체능을 인정했다. "녹화 전에는 방송을 하는 둥 마는 둥 할 줄 알았다"는 김슬기는 "그런데 열심히 하더라. '100% 리얼이네'라는 생각을 했다. 흘러가는 대로 두고 편집을 잘해서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김슬기는 "방송 중 '멤버 중 누가 가장 괜찮게 보이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조달환 씨가 운동하는 사람이 좋다면서 호감가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나는 그냥 알렉스씨를 뽑아버렸다"며 "체격도 좋고 제일 괜찮으신거 같았다. 그 부분은 편집됐더라. 쓸데 없는 부분은 빼고 딱 나가야 할 부분, 중요한 부분만 편집돼서 오히려 좋았다. 말하는 중에 실수할까 걱정했는데 그런 게 없어서 다행"이라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P-리그를 경험한 김슬기의 소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침체된 국내 볼링계와 연관지어 나름의 바람을 내놓기도 했다. "예체능 방송 후 전국 볼링장 매출이 다 최고를 찍었다고 들었다. 그만큼 방송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는 김슬기는 "한국에도 P-리그 같은 프로가 생긴다면 볼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나도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중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프로가 생겼으면 한다. 더불어 언론들도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일본에서도 한국의 것 지켜가고 싶다
인터뷰 내내 시종 발랄하고 쾌활한 웃음이 넘쳤던 김슬기였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볼링계를 비교하거나 이론, 불문율에 대해 언급할 때는 진지했다. 한 번 더 생각해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 말이 좀 있었다. '왜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활동을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작이었다"는 김슬기는 "일본 진출 전과 같은 화장을 해도 일본 화장술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변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가진 것은 그대로 지켜내면서 해외 활동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 촬영 도중에는 그동안 취하지 않았던 자세에 재미있어 했다. 하지만 볼링볼을 밟는다든지 깔고 앉는다든지 하는 동작에는 다소 멈칫거리기도 했다. 볼을 중요시하는 불문율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프로 해외 진출 1호'라는 칭호에 걸맞게 생소함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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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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