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타이거 "암투병 아버지도, 대중도 모두 치유되길"[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3.09.18 08: 49

드렁큰타이거가 치유의 음악을 들고 왔다. 제목도 '살자'다. 마음을 비우고 듣고 있자면,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가 녹아 없어지는 듯 편안하다.
드렁큰타이거는 이번 신곡 '살자'를 통해 최근 음악계에 붐을 일으켰던 '힐링'코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의 힐링은 억지로 꾸며낸 것이 아닌 진짜다. 이 곡이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든 '치유'를 바라는 음악이기 때문. 해당 곡을 함께 부른 아내 윤미래와 같은 소속사 식구 비지 역시 드렁큰타이거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이들의 목소리에는 진정성이 가득 담겼다.
최근 서울 가로수길의 한 한적한 카페에서 만난 타이거JK는 새 앨범을 소개하며 '아버지'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항암 치료 중인 그의 아버지는 지금 그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듯 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앨범 곳곳에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담겨져 있어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추석 연휴도 미래와 함께 아버지 병간호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오늘도 항암 치료를 받으시는데, 얼른 곁에 가봐야죠. 많이 힘드실텐데 연휴 내내 곁을 지키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게 될 것 같네요. 아버지가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른 곡 '살자'는 아내인 미래와 우리 필굿 뮤직의 아티스트 비지와 함께 불렀어요. 늘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됐어요. 노래를 들어보시면 아실 거예요(웃음)"
'살자'는 아버지를 위해 만든 곡이지만, 타이거JK는 정작 노래에 담긴 의미는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단다. 일부러 앨범 수록곡 중 신나는 곡을 들려드렸다는 그의 효심이 느껴졌다. 이번 미니 앨범에 쓰여진 '살자'라는 글씨는 그의 아버지가 붓 글씨로 적어 넣은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이 글씨를 쓰며 아들의 마음을 알고 있지는 않았을까.
"아마 아셨을 거예요. '살자'가 사실은 아버지를 위해 만든 곡이에요라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이 글씨를 써달라고 부탁했을 때 이미 제 마음을 아시지 않았을까요. 아버지가 저를 더 잘 아시니까요.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정말 아기가 된 기분이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을 사다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죠."
 
치유의 음악인 만큼, '살자'에는 기계음 대신 소탈한 악기로 구성된 편안한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는다. 잔잔한 멜로디에 감각적인 타이거JK의 랩이 더해지고, 윤미래의 편안한 음색이 은은하게 깔리고, 비지의 음색이 천연 조미료가 된 느낌이다.
"최대한 다 빼려고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이게 끝이냐'고 묻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음악이 너무 많이 입은 느낌은 피하고 싶었어요. 기계음보다는 미래의 숨소리가 더 중요했고 우리의 목소리가 더 소중했어요. 본질적인 것이 중요한데, 너무 많이 입으면 그 뜻이 사라질테니까요."
5년 전 발매한 앨범 명인 '필굿'은 지금 그가 독립한 기획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좋은 느낌의 음악을 하자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좋은 아빠-남편의 이미지와 힙합 본연의 거친 느낌의 양면성을 담아내기 위해 애썼던 8집의 느낌을 표현한 이름이기도 하다. 이제 그는 '살자'를 시작으로 하드디스크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만의 음악을 꺼내려한다.
"고여서 썪을 뻔 했던 제 음악을 보여줄 일만 남았죠. 독립한 후 나름 베테랑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인 것에 부딪히는 일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음악 자체를 사랑했던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그래서 더 설레고 떨리기도 하고요. 아버지를 위해 만든 앨범이지만, 음악을 들어주신 분들이 '편안하게 듣고 있다'는 말을 해주실 때 정말 큰 뿌듯함을 느껴요. 지금 이 마음으로 앞으로 쉼 없이 저와 제 아내 미래, 또 우리 꽃미남 비지와 진짜 음악을 해 나가려고 해요."
goodhmh@osen.co.kr
필굿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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