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LG 2루는 무주공산이었다. 2루수는 많았고 매년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했으나 확실한 주전은 없었다. 2010시즌 박경수, 2011시즌 김태완, 2012시즌 서동욱이 지난 세 시즌 2루수 최다 출장자로 시즌마다 주전 2루수가 바뀌었다.
그러나 이제는 2루에 확실한 주인이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은 손주인(30)이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팀에 큰 힘을 보태는 중이다. 골든글러브 후보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꾸준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현재 손주인은 타율 2할7푼6리 40타점 40득점을 기록, 상하위 타선을 오가며 공격 흐름을 잇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4월 타율 3할3푼3리로 주전 2루수가 됐고, 5월 다소 주춤했으나 후반기 타율 3할1푼1리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7일 문학 SK전에선 3타수 3안타 1사구로 전타석 출루하며 맹활약했다.

공격뿐이 아니다. 사실 손주인의 진가는 수비에 있다. 안정된 풋워크와 강한 어깨로 유격수 오지환과 함께 리그 최고의 키스톤 콤비를 구축 중이다. LG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더블플레이(123개)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막강한 투수력과 손주인의 가세로 인해 향상된 내야진 때문이다. 실제로 손주인과 오지환은 지금까지 보살 665개를 합작, 리그 전체 키스톤 콤비 중 가장 많은 아웃카운트를 올리고 있다.
손주인 효과는 내야진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시즌까지 LG는 타구가 외야 우측으로 빠질 경우 유격수 오지환이 2루수와 우익수 사이까지 나와 릴레이에 임했다. 오지환이 외야 릴레이 플레이 전부를 전담해야했던 것이다. 오지환의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었고, 릴레이가 부드럽지 못한 경우도 잦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손주인이 외야 릴레이시 우측을 담당한다. 정확하고 빠른 송구에 능하기 때문에 굳이 오지환에게 부담을 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오지환은 “주인이형이 어깨가 강하기 때문에 릴레이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며 “또한 6-4-3 더블플레이를 만들 때 내가 못 던져도 잡아서 빠르게 처리해주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내 실수를 주인이형이 덮어주곤 한다”고 손주인의 존재가 자신이 안정된 수비를 펼칠 수 있는 결정적인 원인이라 말했다.
손주인은 17일 경기가 끝난 후 “지난겨울 트레이드됐을 때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LG가 야구인생의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하고 스프링캠프에 임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올 시즌 활약하고 있는 원인을 밝혔다.
덧붙여 손주인은 “LG서 첫 시즌인데 시즌을 치를수록 이 팀의 힘이 느껴진다. 1, 2점차로 많이 이기며 좀처럼 연패에 빠지지 않는다. 직접 LG에 와보니 모두가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동안 멀티플레이어로 뛰다가 2루수로 포지션이 정착되면서 여러 가지로 편해졌다. 무엇보다 이제 2루 연습에만 전념할 수 있으니까 집중력이 생긴다. LG 트윈스 2루수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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