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NC전이 열리기 전 18일 포항구장.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아쉬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선두 탈환을 위해 1승이 소중한 이 시점에 이승엽이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하는 상황 속에 주축 타자들이 연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더욱이 NC 선발이 '삼성 킬러'로 급부상한 노성호이기에 부담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난세에는 영웅이 나오기 마련. 외야수 이상훈(26)이 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이상훈은 2회 선제 솔로 아치를 가동했다. 선두 타자 김태완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된 뒤 첫 타석에 들어선 이상훈은 NC 선발 노성호와 풀 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8구째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프로 데뷔 첫 홈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리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노성호만 만나면 고개를 떨궜던 삼성 타선은 6회 3점을 추가하며 노성호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이상훈의 홈런은 노성호 설욕을 위한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삼성은 8회 NC의 거센 추격에 4-5 역전을 허용했다. 1점차 뒤진 삼성의 8회말 공격. 선두 타자 최형우가 우전 안타로 출루하자 삼성 벤치는 대주자 강명구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한이가 희생 번트를 착실히 소화해 1사 2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태완 대신 채태인이 타석에 들어섰다. 채태인은 좌전 안타를 때려 강명구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곧이어 이상훈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 2,3루 상승세를 이어갔다. 우동균과 김상수가 범타로 물러나는 바람에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상대를 압박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삼성은 5-5로 맞선 9회 박한이의 끝내기 3점포로 이겼다.

한편 경북고와 성균관대를 거쳐 2010년 한화에 입단한 이상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길태곤(투수)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프로 무대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아마 무대에서는 최고의 리드 오프.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SK 사령탑 시절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이상훈의 뛰어난 근성에 대해 극찬하고 "우리 꼬맹이"라 부르며 애정을 갖고 지켜봤다는 후문.
이상훈은 키가 작다는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삼성 이적 당시 '이상훈이 누구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늘의 활약을 통해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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