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추석 예능, 더도말고 덜도말고 '나가수'만 같아라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09.19 08: 14

MBC 추석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명곡 베스트 10'(이하 나는 가수다)가 특집 프로그램의 좋은 예가 됐다.
지난 18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는 YB, 박정현, 김경호, 김범수, 박완규, 윤민수, 인순이, 국카스텐, 장혜진이 벌이는 불꽃 튀는 한 판 승부로 꾸며졌다. 출연자들에게는 가수로서의 자존심이 달린 무대이자, 진정성을 담아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을 가지고 오르는 무대였다.
공연이라고 하면 가요계에서 열손가락에 꼽히는 베테랑들이지만 출연자들은 자신의 순서를 앞두고 긴장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의연한 모습으로 평정심을 유지했던 윤민수는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말이 "긴장을 해버렸다"는 자기 반성이었다.

이날 9명의 가수들이 펼친 무대는 눈물과 땀, 열정으로 가득했다. 명실공히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이들의 무대를 실력으로 평가하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어떤 장르, 어떤 분위기였느냐가 무대를 구별하는 기준이 됐다.
그동안 명절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완성도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면 '나는 가수다'는 탄탄한 출연진과 팀워크를 자랑하는 스태프들의 의기투합으로 의미를 더했다. 
이날 첫 무대는 박정현이 꾸몄다. 요정이 돌아왔다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수려한 비주얼로 등장한 박정현은 조용필의 곡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르며 폭발적인 성량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김경호의 무대가 이어졌다. 그는 조용필의 '못찾겠다 꾀꼬리'로 두 가지 느낌을 냈다.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노래를 시작한 김경호는 갑자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격렬한 사운드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헤드뱅잉은 물론, 무대 위에서 무릎을 꿇는 등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소화했다.
장헤진은 바이브의 '술이야'로 원숙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는 호소력 짙은 보이스로 귓가를 자극했으며 풍성한 감정선으로 몰입을 도왔다. 국카스텐은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보컬 하현우의 날카로운 보컬과 강렬한 비트가 더해지면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워졌다. 윤민수는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로 감정을 폭발시키며 감동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김범수는 이소라의 '제발'을 부르며 공연장을 진하게 물들였다. 앞서 SBS 예능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 촬영 중 부상을 당했던 김범수는 의자에 앉은 채로 노래를 불러야 했으나 그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보컬 윤도현의 컨디션 난조로 리허설도 진행하지 못했던 YB는 기적 같은 무대를 마쳤다. 윤도현은 이문세의 곡 '붉은 노을'을 부르며 격렬한 샤우팅은 물론, 쏟아지는 고음을 매끄럽게 소화해 관객을 기립하게 만들었다.
카리스마를 위해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올랐던 박완규는 이날만큼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선글라스를 포기해 눈길을 끌었으며, 인순이는 자신의 곡 '아버지'로 모두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인순이는 무대를 마친 후 "감정이 자제됐으면 좋았겠지만 '아버지'라는 노래는 부를 때마다 그럴 것 같다"며 특별한 감정을 드러냈다.
모든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빛날 수 있었던 건 '나는가수다'가 자랑하는 하우스밴드의 공이 컸다. 서영도(베이스), 강수호(드럼), 조재범(퍼커션), 이성민, 정재필(기타), 길은경, 안준영(건반)과 음악감독 정지찬이 만들어 낸 음향의 격이 '나는 가수다'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한편 이번 추석특집에는 '나는 가수다'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임재범이 자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임재범은 공연 등 개인일정으로 인해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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