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의 최전방 공격수 데얀이 '한가위 극장'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2차전 알 아흘리와 경기서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서울은 이날 승리로 합계 2-1을 만들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ACL 4강에 진출하게 됐다.
극적인 드라마였다. 종료 직전까지 0-0으로 팽팽했다. 알 아흘리에 골을 내줬다면 4강행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에이스 데얀이 천금 결승골을 터트리며 서울에 첫 ACL 티켓을 안겼다.

이날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1만 8094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들어찼다. 서울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채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좀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윤일록 몰리나 등이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골문을 노렸지만 번번이 무위에 그쳤다.
최전방 공격수 데얀의 몸이 무거웠다. 볼 컨트롤은 길었고, 패스미스가 잦았다. 상대 진영에서 위협적인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에 꽁꽁 묶인 채 전반을 흘려보냈다.
게다가 상대의 반격도 거셌다. 지난해 준우승팀 알 아흘리는 주전 몇 명이 부상 등으로 빠졌음에도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서울은 몇 차례 기회를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후반 들어 지리한 공방이 이어지던 중 데얀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중반 왼쪽 측면을 허문 아디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데얀이 쇄도하며 발을 갖다댔지만 간발의 차로 맞히지 못했다.
그렇게 0-0으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던 중 종료 직전 데얀의 발이 번뜩였다. 후반 45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주장 하대성의 침투 패스를 받은 데얀은 너무나도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데얀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 옆을 지나 열리지 않던 알 아흘리의 골망을 흔들었다.
극적인 결승골이자 서울에 사상 첫 ACL 티켓을 안기는 순간이었다. 경기 내내 침묵했던 데얀이지만 이 한 방으로 K리그 최고 골잡이임을 입증했다. 아울러 K리그 챔프 서울의 자존심도 지켜냈다.
데얀은 명실공히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수놓은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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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