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투수 아니다‘, 개근 선발 노경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19 06: 01

“그 이야기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어요. 팬들에게도, 기사문으로도요. 10승을 올리고 반짝 투수라는 수식어를 떨쳐내야 지난해 성적도 폄하되지 않고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한때 그는 리틀야구의 신이었다. 후배 김현수는 “투수로 나가면 무조건 이겼고 중견수로 나가면 중전 안타도 없었다. 못 하는 것이 없던 형”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그는 당대 최고 유망주였다. 그러나 프로 데뷔 후 오랫동안 암흑기를 보냈던 미완의 유망주. 이제 그는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검증된 에이스라는 새로운 명함을 새겼다. 두산 베어스 우완 에이스 노경은(29)은 또 하나의 언덕을 스스로 넘었다.
노경은은 18일 잠실 한화전서 7이닝 동안 123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 시즌 10승(8패)째를 거뒀다. 지난해 12승(선발 10승)을 거둔 데 이어 2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매김한 노경은이다.

올 시즌 노경은은 27경기 10승8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여전히 좋은 활약상을 선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박복한 승운에 이어 스스로도 슬럼프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안정감을 찾아갔다. 8월29일 NC전 6이닝 5피안타 무실점 선발승 이후 자신의 3연승. 이 가운데는 12일 SK전서 5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흔들리고도 팀의 역전극 덕분에 패전을 모면한 경기도 있었으나 대체로 노경은은 자기 로테이션을 챙기며 꾸준하게 던진 개근 선발 투수다.
그가 올 시즌 가장 높게 평가받는 부분은 바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꾸준함. 167이닝(전체 6위)-탈삼진 144개(공동 2위)-퀄리티스타트 18회(공동 5위)는 9개 구단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기록이다. “개근한다는 것이 그나마 올해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분”이라며 겸손해 한 노경은이지만 선발진의 잇단 공백으로 인해 힘겨웠던 팀 상황을 생각하면 노경은의 공헌도는 올해 팀 내 투수들 중 첫 손에 꼽힐 만 하다.
“올해 10승을 올렸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지난해(12승6패7홀드 평균자책점 2.53)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 것 같아요. 승리가 운에 달렸다고는 해도 올 시즌 10승을 거두지 못했다면 지난해 성적까지 폄하되었을 테니까요”.
지난 시즌을 셋업맨 보직으로 시작했다가 승계 주자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출격한다는 데 부담을 가졌고 선발로 성공적인 전향을 한 노경은. 그러나 지난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좋은 구위로 인해 계투로 낙점되었으나 결국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바 있다. 속 모르는 야구팬들은 노경은을 가리켜 반짝 투수라 비난을 일삼기도 했다. 그동안 대놓고 표현은 못했으나 노경은은 그에 대해 많이 힘들어했다.
“한 해 반짝이라는 소리는 너무 듣기 싫었어요. 기사로도 팬들로부터도요. 그래서 올 시즌에는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욱 야구에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 10승을 올리고 나니 그래도 속이 후련하네요. 앞으로 두 경기 정도 남은 상태에서 7이닝 동안 한 두 점만 내주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승리가 따라온다면 좋겠지만 일단 평균자책점을 3점 대 초반으로 낮추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노경은은 순간 발끈하기도 했다.
한결 여유를 찾은 노경은은 “내가 이긴 다음날 대체로 (유)희관이가 등판하는 데 내가 이기면 희관이도 다음날 이기더라. 4,5경기 정도 그런 경기가 이어졌다. 내가 이겼으니 내일(19일 잠실 삼성전) 희관이도 이겼으면 좋겠다”라며 후배도 10승 고지를 등정하길 바랐다. 늦게, 그만큼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노경은은 검증기라는 언덕을 넘은 뒤 뒤따라오는 후배를 더욱 따뜻하게 돌아보았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