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닝, 한 이닝 최선을 다하다보니 어느덧 181이닝까지 왔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현지 언론의 시각은 아직도 일말의 의구심이 남아있다. 하지만 류현진(26, LA 다저스)은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충분히 더 던질 수 있고 그런 능력도 있는 사나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13승7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한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다면 성공”이라고 했던 당초 기대치를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이제는 포스트시즌을 바라보고 있는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중요한 키로 자리했다.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라는 1·2선발이 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류현진의 몫을 중요하게 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보여준 것이 있기에 충분히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시즌 막판에 이른 지금 13승, 그리고 평균자책점 3.03의 기록은 아무나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현지의 딱 한 가지 의구심은 바로 “많은 이닝을 던진 류현진이 힘들어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류현진이 이미 200이닝을 던진 기록이 있음에도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의 수준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최근 류현진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체력에 관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200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이동거리가 길고 시즌이 긴 메이저리그는 분명 체력적 소모가 더 크다. 하지만 류현진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고 아직까지 체력에 전혀 문제점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시즌을 길게 내다보고 긴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이미 “체력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로테이션을 지키고 싶다”라는 의사를 드러냈다.
17일(이하 한국시간)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을 끝내고도 이런 현지 기자의 질문이 나왔다. 허리 통증, 그리고 직전 경기(12일 애리조나전) 부진이 체력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류현진은 “항상 편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컨디션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포스트시즌이라는 중대한 시점을 앞두고 적절한 체력 관리는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금껏 하던 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류현진은 “조금 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 “뭐 얼마나 던졌다고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 쉬어야 할 선수는 이 선수”라고 농담하며 옆 라커룸을 가리켰다. 그 라커룸의 주인공은 클레이튼 커쇼였다. 류현진이 당당함과 여유,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함께 시즌 막판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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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