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작전타임] '서울극장' 한가위 특별편, 국내 개봉관은 없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9.19 07: 52

서울극장이 또 한 번 저력을 발휘했다. 그것도 한가위에 맞춰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로 흥행코드를 제대로 살린 짜릿한 특별편을 개봉했다. 제대로만 상영됐다면 '대박' 쳤을 경기였다. 하지만 서울극장에 국내 개봉관은 없었다.
FC서울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2차전 알 아흘리와 경기서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 원정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서울은 이날 승리로 합계 2-1을 만들며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ACL 4강에 진출하게 됐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에도 불구하고 1만 8094명이 찾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창단 첫 ACL 4강 진출을 지켜본 팬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실점 없이 무승부만 거둬도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마지막까지 공격본능을 버리지 않은 서울의 후반 45분 결승골이 터지면서 팬들의 기쁨은 극에 달했다.

당초 추석 연휴와 겹쳐 관중 수가 만 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다르게 경기 시작부터 꾸준히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거나 귀경길 정체를 피해 일정을 조정한 가족 단위 관객들이 서울의 승리를 기원하며 상암벌로 모여들었다. 추석 연휴에도 아랑곳없이 경기장을 찾은 1만 8094명의 홈팬들이 보내는 성원에 서울극장이 화끈하게 보답한 셈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이날 경기장에 생각보다 많은 관중이 찾은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TV 중계가 없는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가리는 중요한 경기이자 서울의 사상 첫 4강이 결정되는 빅매치였지만 중계는 없었다. '집관'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 경기장으로 직접 나선 팬들도 적지 않으리라.
이날 경기는 아시아 전역으로 생방송 중계됐다.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은 인터넷을 떠돌며 외국 방송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ACL 경기가 치러질 때마다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다. "홈에서 하는 경기인데 우리가 원정팀 같다"는 자조섞인 축구팬들의 농담도 뼈아프다.
짜릿한 서울극장의 클라이맥스 뒤로, 한국에서 열리는 자국 축구팀의 경기를 상대 나라의 방송을 통해 봐야하는 씁쓸한 현실이 오버랩된 경기였다. 이대로라면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하는 4강전 역시 생중계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오히려 시차가 있는 테헤란 원정 경기는 생중계로 즐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씁쓸함을 더욱 가중시킨다.
서울이 4강을 돌파해 결승에 진출한다면 K리그는 ACL 사상 최초로 단일리그 5년 연속 결승 진출팀 배출이란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 기록은 대회 전신인 아시안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1967~1972)와 아시안클럽 챔피언십(1985~2002)을 통틀어 최고 기록은 이스라엘(당시 아시아, 1967~1971)과 K리그(2009~2012)의 연속 4년이다. 최근 A매치의 부진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이 약해졌지만 클럽 축구에서는 여전히 K리그가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작 K리그 팬들은 그 기쁨을 오롯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직관하거나, 혹은 외국 방송에 의지하거나. 서울극장의 짜릿함에 환호하기 위해 축구팬들 앞에 놓인 선택지는 오직 이 두 가지뿐인 상황이다. 언제까지 되풀이될지 모르는 K리그의 현실이자,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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