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1년 만의 PS] 'LG스러움‘ 뜻을 바꾼 2013 LG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22 21: 02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이 익숙했던 지난 10번의 시즌. 어느 팀이나 있을 수 있는 단점이 더욱 부각되어 선입견으로 자리잡았고 그로 인해 ‘LG스럽다’라는 편견의 오명까지 나왔다. 그러나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2013년 LG 트윈스는 그 편견의 뜻 자체를 바꿔놓았다.
LG는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NC와의 경기에서 6-1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최근 2연패를 끊은 LG는 선두 삼성과의 승차를 0으로 줄였다. 다만 승률에서 밀려(삼성 .595, LG .592) 여전히 2위 자리에 머물렀으나 이 승리는 뜻깊었다.
이날 승리와 함께 5위 롯데가 3위 넥센에 3-4로 패하며 LG가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지난 10시즌 동안의 암흑기를 끝마치는 순간이었기 때문. 90년대 ‘신바람 야구’로 대표되며 상위권 성적은 물론이고 팬 몰이를 했던 LG가 무려 10시즌 동안이나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선수단도 커다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잘 나가다 연패에 빠지며 어느 순간 떨어지는 팀이 되어 포스트시즌 진출과는 거리가 멀어졌던 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김재박 전 감독의 현대 시절 발언이 LG 재임 시절로 그대로 연결되며 다른 이들의 비아냥이 되었던 팀. 일부의 개인주의가 전체의 이기주의로 보여지는 일반화의 오류로 인해 어느 순간 LG는 ‘내려갈 팀’이라는 이미지까지 얻고 말았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그러한 외부의 편견 섞인 이야기가 만연화되어 열심히 야구를 임하는 선수들과 노력한 프런트도 마음고생을 했다는 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며 선수들은 상대팀 뿐만 아니라 갑자기 엄습한 패배의식과도 싸워야 했다. 결국 포스트시즌이 한창일 때 선수단은 경남 진주와 해외에서 마무리훈련에 열중했다. 그리고 애꿎은 프런트가 과오를 뒤집어 쓰고 야구단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 기간이 무려 10년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 부임한 김기태 감독은 지난 시즌 야수진에게 믿음을 실어준 데 이어 올 시즌에는 차명석 투수코치와 함께 투수들에게도 믿음을 심으며 기량 성장 이상의 팀 케미스트리 구축을 이끌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김 감독은 선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숨기지 않는다. 질책할 때는 질책하되 칭찬할 때는 칭찬도 아끼지 않는 감독이다. 그 김 감독이 LG 선수단에 믿음을 이식했다”라며 김기태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노력도 컸으나 선수들의 공로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1군 맏형 이병규(9번)는 개인보다 전체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며 팀의 기틀을 잡는 데 공헌했고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저마다 개성을 지닌 베테랑들도 후배들을 이끌고 다잡으면서 페넌트레이스를 치러왔다. 삼성에서 이적해 온 포수 현재윤과 2루수 손주인은 팀의 주전력이 되며 힘을 보탰고 김용의, 정의윤, 오지환, 문선재 등 20대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투수진도 기틀이 잡히면서 외국인 좌완 벤자민 주키치의 부진까지 상쇄했다. 최근 사구로 논란이 되었으나 레다메스 리즈는 점차 리그에 알맞은 투수가 되어가고 있으며 우규민-신정락 두 명의 잠수함 선발 투수는 꾸준히 힘을 보탰다. 좌완 신재웅은 후반기 또 한 명의 승리카드가 되었다. 안 좋을 때 쓴소리도 하는 베테랑 계투 정현욱이 기량은 물론이고 팀워크에도 큰 역할을 했고 베테랑 좌완 류택현, 이상열도 분전했다. 무엇보다 믿음직한 마무리 봉중근은 확실히 자리를 지키며 ‘21세기 야생마’의 재래를 알렸다.
무엇보다 좋아진 점은 팀이 정신적으로 강해졌다는 것이다. 예년 LG는 선수들이 어느 순간 팀 상황에 지치면서 결국 시즌 말미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스스로 고개를 떨구고 주변 모든 이들에게 미안해 했다.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지 정하기 애매하듯 져서 패배의식이 만연한 것인지 패배의식이 먼저 찾아온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팀이 어느 순간 침체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선수들이 먼저 민감해 하면서 팀 분위기가 붕괴되기도 했다.
지금은 다르다. 5월 NC에 당한 3연패나 시즌 중 갑작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도 LG는 예년과 달리 한데 뭉쳐 위기의 파도를 넘어섰다. ‘긍정’이라는 아교가 부족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던 ‘LG스러움’이 아니다. 지금 ‘LG스럽다’라는 말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며 상위팀으로 올라섰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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