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성장이 멈췄다더라. 그 때까지만 해도 정말 만능 선수였는데”.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전날(18일) 포항 NC전서 데뷔 첫 홈런포로 이름을 알린 4년차 외야수 이상훈(26)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1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8일 NC전을 돌아보며 “박한이의 수훈도 컸고 이상훈의 홈런포도 값졌다”라고 밝혔다. 이상훈은 18일 NC전서 7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이상훈은 2회 선제 솔로 아치를 가동했다. 선두타자 김태완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된 뒤 첫 타석에 들어선 이상훈은 NC 선발 노성호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8구째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프로 데뷔 첫 홈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리는 순간이었다.

경북고-성균관대를 거쳐 지난 2010년 한화에 4라운드로 입단한 이상훈은 좋은 기량과 투지를 갖춘 우타 외야수. 그러나 171cm의 왜소한 체구로 인해 한화에서 중용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다 지난 2월 투수 길태곤과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연고팀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부동의 톱타자로 활약하던 배영섭이 올 시즌 후 군입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이상훈의 두각은 다음 시즌 이영욱(상무 제대 예정), 우동균, 정형식 등과 함께 삼성 외야 경쟁 체제 확립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팀에는 확실한 희소식이다.
이상훈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무릎 부상 전력으로 인해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점. 체구만 작을 뿐 공수주에서 고른 기량을 갖춘 데다 대학 시절에는 파이팅 넘치는 리드오프로 활약했다. 야구에 대한 성실도도 높은 감춰진 유망주. 류 감독은 이상훈의 훈련 과정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중학교 시절에도 이상훈은 저 정도 키였다. 그 때는 체구에서 밀리지 않는 만큼 만능 선수로 활약했는데 안타깝게도 중학교 시절 이후로는 키가 자라지 않았다. 키가 작은 데다 내야수가 아니라 외야수이다보니 그만큼 주목도가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주머니 속에 꽁꽁 숨겨졌던 새로운 비밀병기의 출현에 류 감독은 은근하게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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