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삼자 범퇴를 다 하네".
시즌 초반 손승락이 1이닝을 완벽하게 막고 세이브를 거둔 뒤 퇴근하던 길이었다. 야구장 입구에서 만난 야구계 관계자는 손승락에게 "네가 삼자 범퇴를 다 하더라"고 농담을 던졌다. 손승락은 부끄러운 듯 씁쓸한 듯 미소만 지었다.
아슬아슬한 세이브로 '극장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손승락이 최근 들어 '난공불락'의 마무리 투수로 변모했다. 손승락은 52경기에 등판해 2승2패 43세이브를 기록하며 지난해 자신의 최다 세이브 기록(33세이브)을 벌써 뛰어넘었다.

손승락은 특히 매 경기 주자를 내보내며 어렵게 세이브를 올렸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는 20⅓이닝 동안 단 8안타 5볼넷 만을 허용하며 1실점에 그쳤다. 9월 8경기 실점은 0점이다. 지난 19일 광주 KIA전에서는 2-1로 앞선 8회말 2사 1,3루 위기에 등판해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세이브를 거뒀다.
지난달 18일부터 14경기 연속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손승락의 비결은 새로 추가한 구종이다. 지난해까지 직구와 컷 패스트볼로 승부를 봤던 그는 올해 초 "더 많은 변화구가 필요하다"는 염경엽 감독의 주문 이후 슬라이더, 포크볼을 연마했다. 염 감독은 18일 "손승락이 후반기 더 잘나가는 이유는 변화구가 손에 익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손승락은 올해 종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인 오승환의 47세이브에 도전하는 등 뜻깊은 해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마무리로서의 믿음을 얻었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 그가 나와도 승리를 안심할 수 없었던 이들도 많았지만 이제 손승락이 없는 넥센은 뒷문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최근 손승락은 "아직 감독님이 다른 팀 마무리 투수를 부러워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무리 투수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도 내 탓이다. 앞으로 박빙에서 내가 나왔을 때 믿을 수 있고 안심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절실한 목표를 밝혔다.
손승락은 2010년 군제대 후 마무리로 전업해 통산 119세이브를 올리고 있다. 그가 올해 남은 11경기에서 얼마나 더 많은 세이브를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무엇보다 마무리 4년차인 올 시즌은 손승락이 양과 질 면에서 한층 성숙해지고 발전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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