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연예인 등 유명인사의 의뢰를 받아 고객 맞춤형 위인전을 주문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한 줄짜리 소개로는 MBC 추석특집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위인전 주문 제작소’의 진정한 묘미를 설명할 수 없었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위인전 주문 제작소’에는 반전의 묘미가 주는 깨알 같은 웃음이 가득했다. 웃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가족과 지인이 전하는 스타들의 실제 모습과 위인전을 만들기 위해 과장하고 왜곡한 뒤 새롭게 그려진 모습의 차이가 주는 반전. 스타들이 원하는 옵션으로 제작돼 선보인 위인전이 아름답고 멋진 모습만을 그린다면, 후에 공개되는 가공의(?) 과정은 꾸며진 것과 너무 달라 웃음을 주는 식이었다.
이날 출연자는 국민 악덕 시어머니 배우 박원숙과 트로트계의 왕자 가수 박현빈이었다. 김구라, 김성주, 씨스타 보라, 비스트 이기광 등으로 구성된 MC들은 위인전 주문 제작소의 첫 고객을 유치하게 위해 ‘스티브 잡스식’, ‘로마 신화식’, ‘단군신화식’, ‘용비어천가식’ 등 다양한 매뉴얼로 관심을 끌었다. 장윤정, 유재석, 박명수, 이경규, 윤종신 등의 인물들이 자신만의 위인전 제작의 유혹에 시달렸지만, 결국 이를 선택한 것은 박원숙과 박현빈이었다.

첫 번째로 박원숙의 위인전이 공개됐다. “대학생들이 그렇게 집에 쫓아왔다”, “공부를 잘했다”, “어릴 때부터 예뻤다” 등 박원숙 어머니와 중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의 증언이 쏟아져 훈훈함을 자아냈다. 그러나 곧 삭제와 조작의 과정을 거치기 전 인터뷰가 공개됐다. 박원숙의 어머니는 “예쁘지는 않았다”, 친구들 역시 “썩 미인은 아니지 않나. 남상이다”라며 딸과 친구의 외모를 솔직하게 평가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원숙이 ‘섹시 어필’(?)을 했다며 증언하던 배우 이계인도 삭제된 인터뷰에서는 “러브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미숙이었다”라고 박원숙이 아닌 이미숙을 칭찬해 제작진을 당황스럽게 했다.
박원숙 개인의 비밀(?) 역시 위인전을 통해 하나하나 까발려졌다. 그는 본의 아니게 과거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을 했던 사실, 쌍꺼풀 수술을 했던 사실을 공개하게 돼 “이렇게 대놓고 까발리긴 처음이다”라고 당황스러워해 웃음을 줬다.
그렇다고 웃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박원숙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과 관련한 가슴 아픈 개인사를 말하며 “이런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내가 짚고 넘어가야할 징검다리들이 꼭 있더라, 그걸 안하려고 하다가 하고 그러면, 그냥 남의 얘기처럼 보고 그러다가도 객관적으로 볼수록 (내가) 너무나 불쌍한 여자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이렇게 하면서도 더 힘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더 힘을 얻고 (그렇다면 좋겠다). 그런 분도 자주 만난다”고 진심을 전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박현빈의 위인전 역시 반전으로 가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현빈의 경우 고향 초등학생과 은사, 소속사 사장, 사총동생 배우 이윤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천재적이었다", "한국의 호세 카레라스가 됐을 수도 있다" 등 무조건적(?)인 극찬을 늘어놓아 박현민의 입가에 미소를 선사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왜곡되기 전 관계자들은 "비음이 징그럽다", "그 정도는 아니다", "박현빈이 누구인지 모른다" 등 다양한 증언으로 반전을 줘 폭소를 끌어냈다.
사실 '위인전 주문 제작소'는 방송 전 어떤 프로그램인지 정확한 포맷이 파악되지 않아 기대감이 크지는 않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반전이 주는 묘미에는 확실히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가능성이 있었다. 김구라-김성주 등 MC들의 안정적인 진행 역시 장점으로 작용했다. '위인전 주문 제작소'는 다음 고객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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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 주문 제작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