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헤어지고 좌절한 남자주인공이 스님이 되겠다며 절에 들어가고, 양성애자인 남자는 동성 연인에 이어 결혼도 안 한 이성 연인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산다. (‘오로라 공주’)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회사 대표 자리에 오르게 하기 위해 자동차 사고를 일으켜 경쟁자를 죽이려 하고(‘금 나와라 뚝딱’), 방금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며느리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아버지에게 짜장면을 시켜줘 남편의 분노를 샀다.(‘왕가네 식구들’)
막장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아무리 ‘욕하면서 본다’라고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제는 정상적인 캐릭터와 줄거리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 속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며 댓글을 다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피곤한 막장 드라마의 대표 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요즘 가장 큰 화제를 낳고 있는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다. 초반부터 드라마 속 비중 있었던 중견 연기자들을 대거 하차시키며 구설에 올랐던 이 드라마는 최근 들어 오락가락 일관성 없는 러브라인과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캐릭터로 인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고 있다.

인기를 얻고 있는 모든 드라마를 ‘막장극’이라고 무턱대고 치부할 수 없지만, 현재 방송되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들을 하나하나 나열해보면 방송 초반 ‘막장’이라는 수식어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대해 한 드라마 관계자는 “20년 전 인기가 있었던 작가들이 여전히 지상파 드라마 대부분을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늘 자극적이고 뻔한 내용의 드라마가 나온다. 물론 작가들이 오랫동안 활동하는 것은 격려를 해줄만한 일이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에게 너무 기회가 없다”라고 현실을 개탄했다. 이미 기득권을 잡고 있는 작가들이 오랜 시간동안 비슷한 내용을 되풀이하다 보니 날이 갈수록 자극적인 요소만 가득한 막장극이 나온다는 것.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 관계자는 “단막극을 살려야 한다. 자극적인 전개의 막장 요소 없이도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 드라마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년 간 메인 작가의 밑에서 데뷔할 날만 기다려 왔던 재능 있는 작가들이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로서 단막극이 활용돼야 한다는 게 요지다.
실제 최근에 와서 시청률에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단막극들을 폐지했던 방송사들이 조금씩 단막극의 편성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S는 지난 6월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3’을 시작해 신선하고 재미있는 단막극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 12일과 13일에는 파일럿의 형식으로 제작된 단편드라마 ‘연애를 기대해’를 방송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MBC의 경우 9월 말부터 ‘드라마 페스티벌’을 편성해 10주에 걸쳐 총 10편의 단막극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MBC 베스트 극장‘의 폐지 이후 6년간 정규 편성되지 않았던 MBC 단막극이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단막극은 막장 드라마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단기적인 효과를 가져 오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앞서 관계자가 언급했던 막장극 대안으로서의 코미디 드라마도 주시하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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