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구라의 맹렬한 예능 활약이 눈에 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에서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5개가 넘는다.
그는 이번 추석을 겨냥한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도 KBS 2TV '너는 내 운명', MBC '위인전 주문제작소', SBS '슈퍼매치' 등을 통해 지상파 3사를 섭렵했다. 연애의 달인이 돼 중매를 해 주고, 의뢰를 받아 고객 맞춤형 위인전을 만들며, 신-구 가수들의 콜라보에 흥을 돋궜다. 비교적 다양한 장르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이 외에도 김구라가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SBS '화신', JTBC '썰전', tvN '퍼펙트싱어 VS', '현장토크쇼 택시'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맹렬히 활동 중이다. 'SNL 코리아'에 출연하기도 했다. 과거 위안부 발언 논란으로 모든 방송을 쉬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던 그는 오히려 이 시간에 본인의 예능에서의 입지를 입증, 복귀 후 더욱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를 두고 독한 혀로 예능을 평정한 원조 욕쟁이라고 한다. 가장 큰 무기는 대체불가능성인데, 몇몇 독설 구사 이미지의 예능인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유의 통쾌한 화법과 돌직구 멘트가 바탕이 된다. 이른바 '허를 찌른다'는 속 시원한 질문 등의 멘트는 실제로 김구라이기에 가능한 영역이 있다. 여기에 tvN '화성인 바이러스' 같은 다양한 일반인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경험 등을 무기로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설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예능인의 이미지가 아닌 '방송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다방면에 분석적이고, 기본적으로 지적 호기심과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그를 여러 색깔과 장르의 예능에 어울리게 만든다. 이른바 '박학다식함'을 그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이는 다른 예능인이 갖고 있지 않은 이미지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라디오스타'와 '썰전'이 동시에 가능하다.
호불호가 갈리는 태도와 화법은 가식과는 동떨어져 있는데, 이는 더욱 과감하고 솔직해진 요즘 TV 트렌드와 잘 맞는 부분이다. 이른바 허를 찌른다고 하는 부분을 가장 속 시원히 하는 진행자다. 그렇기에 그가 했던 프로그램 중에 가장 조신하게 앉아있고 가장 착했던 프로그램인 KBS 2TV '두드림'운 결국 폐지됐다.
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얘기도 재미있게 끌어올리는 것에는 유재석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능이 있다. 유재석이 따뜻한 호응과 재치로 재미없는 얘기나 상황에도 생명을 불어놓는다면, 김구라는 훅 지나가듯 뱉은 멘트를 '잘근 잘근' 씹으며 아이러니하게 맛을 입힌다. 비유 능력도 좋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는 단독 MC로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의 옆에는 그의 이런 '독함'을 '중화'(?)시키는 누군가가 필요한데 이는 예능인으로서 하나의 단점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2인자'의 개념이 아니라 시청자와 김구라와의 화학작용의 문제다.
그런가하면 한 예능 연출가는 그에 대해 "겉 모습과 방송에서 던지는 센 발언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젠틀하고 다른 의견을 귀담아 들을 줄 알아 같이 일하기 좋은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PD들이 실제로 선호하는 예능인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