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5회초 두산 베어스 공격에서 나온 볼넷은 작전이었을까 제구난조였을가.
20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1위와 4위의 맞대결에다가 연휴 마지막 날, 여기에 잠실 라이벌전이었기에 열기가 뜨거웠다. LG는 선두 수성을 위해, 두산은 순위 상승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두산이 김현수의 내야땅볼과 홍성흔의 홈런에 힘입어 2-0으로 앞선 가운데 5회 공격이 펼쳐졌다. 두산은 선두타자 정수빈이 2루타로 출루한 뒤 임재철이 내야땅볼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내는데 성공했다.

1사 3루, 두산은 김현수-오재일-홍성흔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가 타석에 들어설 차례였다. 여기서 LG 리즈-윤요섭 배터리의 선택은 고의4구, 일단 김현수를 내보내 1루를 채웠다. 계속되는 1사 1,3루 기회에서 오재일이 타석에 섰다. 오재일은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었다.
하지만 LG 배터리는 오재일과 적극적인 승부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포수 윤요섭은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고, 오재일은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1루에 걸어 나갔다. 리즈는 공 4개 모두 바깥쪽으로 던졌고 구종 역시 모두 직구였다. 일어나서 받지 않았을 뿐이지 투구패턴이나 구종, 로케이션 모두 고의4구나 다름없는 투구였다.
만약 리즈가 제구에 애를 먹어 볼을 연달아 던졌다면 LG 쪽에서 움직임이 있었어야 했다. 이미 차명석 투수코치가 한 번 방문했기에 나올 수는 없었지만, 포수 윤요섭은 얼마든지 마운드에 올라가 리즈를 다독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에서 볼넷을 가장한 고의4구 쪽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만루를 채웠을 때 아웃카운트를 잡기가 더 쉽다. 그렇지만 경기 중반 1사 3루에서 만루를 채우는 건 위험부담이 많이 따른다. 홍성흔이 비록 통산 병살타 1위, 시즌 14번의 병살로 5위에 올라 있지만 이를 노리는 건 투수의 실력만으로는 이뤄지기 힘든 작전이다. 운이 따라야 한다.
게다가 홍성흔은 이전 타석에서 중전안타와 좌월 솔로홈런으로 최고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리즈는 홍성흔에 7타수 1안타로 강했지만 불붙은 홍성흔을 상대로 만루작전을 펼친 건 도박에가깝다. 결국 리즈는 홍성흔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고 이후 최주환에게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고의4구는 결과론의 영역, 실점 확률을 낮추기 위해 선택하는 고육책이다. 비록 오재일에게 내준 볼넷이 고의4구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피해가는 투구임에는 분명했다. 리즈가 오재일에게 내준 볼넷은 오히려 LG의 실점확률을 높인 악수가 돼 돌아오고 말았다. LG는 두산에 0-6으로 완패, 11일만에 순위가 2위로 떨어졌다.
cleanupp@osen.co.kr
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