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영웅처럼 돌아온 ‘에이스’ 니퍼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21 06: 27

슈퍼 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등을 보면 꼭 영웅은 곤경에 처한 이가 가장 극적으로 쫓겨 있을 때 나타난다. 문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면 사실 영웅 영화는 존재할 이유가 없고 장사도 안 된다. 그만큼 내용이 극적으로 흘러가야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2)는 늦은 감이 있으나 마치 영웅 영화의 주인공처럼 돌아왔다.
니퍼트는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전에 선발로 등판, 5이닝 5피안타 4탈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1승을 거두고 선두였던 LG를 2위로 끌어내렸다. 7월 17일 NC전(7이닝 무실점) 승리 이후 2개월만에 돌아온 니퍼트는 등 근육 경직을 호소하며 재활에 전념해왔다.
표면적으로 밝혀진 것은 등 근육통이었으나 사실 그와 함께 오른 어깨 견갑골 석회화 증세도 있었다. 2011년 한국 땅을 밟기 전 미국에서도 이로 인해 간단한 수술을 받았던 니퍼트는 한국 첫 해 187이닝, 지난해 194이닝을 소화했다. 국내 투수만 사람이 아니라 외국인 투수도 사람. 미국에서 선발로 오래 뛴 투수가 아니었던 니퍼트도 사람이었던지라 부하 현상과 함께 어깨 석회화 증세로 말 못할 고생을 많이 했다.

한국 무대 첫 해부터 어깨가 안 좋을 때 견갑골 윤활 주사를 맞으며 버텼던 니퍼트다. 그리고 지난해 애리조나 전지훈련서도 석회질을 긁어내는 수술을 받은 뒤 1차 전지훈련 막판 투구를 재개했다. 올 시즌 전반기서 이미 10승을 거둔 뒤 두 달 가까이 전열 이탈한 데는 그 아픔도 있었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납득이 가는 니퍼트의 전열 이탈이지만 팀이 곤경에 처했음을 감안하면 시점이 아쉬웠다. 니퍼트가 없던 동안 두산은 선발 한 자리 공백 속에서 버텨내야 했다. 노경은이 꾸준히 등판했고 좌완 선발 유희관의 분전, 새 외국인 투수 데릭 핸킨스와 인간승리 주인공 이재우가 한 자리 씩을 메웠으나 남은 한 자리는 공석과 다름없었다.
맏형 김선우가 무릎과 종아리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다시 발목 부상을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고 서동환은 제구난을 벗어던지지 못했으며 신고선수 출신 신인 유창준은 아쉽게도 성장 가능성만을 비췄다. 니퍼트 없이 7연승을 달리며 선두권을 위협하는 듯 했던 두산은 현재 4위로 떨어지며 선두 경쟁의 기회를 3위 넥센에 사실상 넘겨주고 말았다. 8경기가 남았고 1위 삼성, 2위 LG와 3경기 차이임을 감안하면 선두 탈환은 사실상 산술적 희망만 남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니퍼트의 귀환과 복귀전 성공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포스트시즌 진출 시 경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최고의 에이스가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계투 방화로 인해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던 니퍼트 본인도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눈물과 함께 투지를 불태우며 훈련했다.
시즌 중 파워피칭으로의 회귀가 석회화 증세 재발로 이어졌고 공백기도 꽤 길었으나 다시 어깨를 시즌 개막 때처럼 정상화시켰다는 점. 반대로 생각하면 두산이 가을 야구에서 훨씬 더 큰 힘을 받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애를 태우던 두산의 가슴이 잿더미가 되기 직전. 니퍼트는 정말 영웅처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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