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뜨거워지는 남자가 있다. 한화 외야수 고동진(33)이 그 주인공이다.
고동진은 9월 15경기에서 52타수 20안타 타율 3할8푼5리 6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9월 이후 2안타 이상 멀티히트가 8경기나 되는데 3안타-4안타도 1경기씩 포함돼 있다. 시즌 타율도 2할6푼6리로 끌어올리며 1번타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동진은 "장종훈 타격코치님과 상의해서 방망이를 눕힌 것이 좋은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꾸준하지 못해 아쉽다"며 "항상 여름에 약하다. 찬바람이 부니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원래 가을에 자신이 있는데 시즌이 끝나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고동진은 지난해에도 9월 타율 3할4푼8리, 출루율 5할1푼6리로 맹활약한 바 있다. 2년 연속 9월 이후 뜨거운 활약인데 분명 이유가 있다. 고동진은 지난 2년간 무릎 수술 및 재활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했고, 정상적인 페이스로 시즌 준비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아무래도 시즌 중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 올해는 캠프에서 준비하지 못한 기술적인 부분도 보완하느라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며 "하지만 내년에는 정상적으로 캠프를 참가할 수 있다. 캠프에서 준비를 잘 하면 내년에는 꾸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고동진의 활약은 그라운드에서만 빛나는 게 아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주장 김태균이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후 고동진이 대신 주장 역할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고참으로서 그라운드 안팎에서 솔선수범을 보여주고 있다.
고동진은 "주장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부담될 건 없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이야기한다"며 "그동안 태균이가 여러모로 부담이 많아 보였다. 태균이가 빠지면서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마땅치 않아 내가 맡게 된 것일 뿐"이라고 손사래쳤다.
김태균은 옆구리 부상 이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올 시즌 내 복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태균을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본 고동진은 "올해 태균이가 여러모로 부담이 많았을 것이다.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며 "우리 한화의 간판은 누가 뭐래도 당연히 태균이다. 태균이가 힘 냈으면 좋겠다"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봉장이 돼 앞장서고 있는 고동진. 한화에서 그의 역할과 책임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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