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박병호(27)가 지난해 끊겼던 리그 수준급 4번타자의 명맥을 이었다.
박병호는 지난 20일 광주 KIA전에서 31호, 32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날 2홈런 4타점으로 그는 32홈런 103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26번째로 3할-30홈런-100타점 달성에 성공했다. 타율 3할(20일 기준 .318)도 무난히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번타자의 이상적인 기록으로 여겨지는 3할-30홈런-100타점은 2009년 김상현, 최희섭(KIA), 2010년 이대호(전 롯데), 2011년 최형우(삼성) 이후 지난해 잠시 끊겼다. 박병호는 지난해에도 31홈런-105타점을 기록했으나 타율(.290)이 조금 모자랐다. 그는 지난해의 아쉬움을 올해 더 좋아진 기록으로 풀었다.
개인 통산 100호 홈런까지 겹쳐 '박병호의 날'처럼 보였으나 그의 인터뷰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경기 후 "4번타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때로는 진부한 소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 그 한 마디가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 큰 절실함 속에 얻은 4번 자리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7월 31일 그가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4번은 항상 그의 자리였다.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LG 소속 시절 긴 2군 생활을 꾸준한 연습과 마인드 컨트롤로 이겨낸 박병호이기에 지금 그의 자리는 팀 뿐만 아니라 그에게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게다가 6위에 그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팀까지 3위를 달리며 막판 선두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풀 시즌을 겪으면서 그도 더 발전했다. 올해 그가 홈런을 친 날 팀은 27승4패를 기록했다. 팀의 상승세에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 박병호의 가치는 무궁무진하게 높아지고 있다.
박병호는 4번타자로서 3번째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계속해서 주어지는 기회 속에 점차 성장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홈런-타점-장타율 3관왕을 넘어 올해는 홈런-타점-득점-장타율-출루율 5관왕을 질주하고 있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박병호가 4번타자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 속에 더욱 무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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