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영화들이 득세하면서 스크린에 남녀 커플의 케미(어우러짐)를 능가하는 남남 커플이 늘고 있다.
올해 한국 영화는 1월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시작으로 추석연휴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관상’까지 유독 남자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남녀 배우가 감정을 쌓는 신 대신 남자배우끼리 진한 우정을 나누며 의기투합 하는 모습을 더욱 자주 접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남남 커플의 이른바 ‘케미 지수’ 또한 흥행을 이끄는 주요 포인트로 지목되곤 했다.
포문을 연 건 2월 개봉한 영화 ‘신세계’ 속 배우 황정민과 이정재의 ‘브라더’ 의리였다. 느와르 장르인 ‘신세계’에서 조직 내 한 계파의 넘버 1,2 역할로 자리한 두 사람은 현란한 육두문자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그 속에서 베어나는 서로에 대한 충분한 애정으로 이른바 ‘브로맨스(bromance)’ 바람을 몰고 왔다. 촌스러운 곱슬머리에 천박한 단어를 쉴 새 없이 내뱉지만 겉모습과 달리 자기 목숨을 걸고 아우를 보호하는 황정민은 의리 만점 사내로 당시 여성 관객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브로맨스 코드의 소구력을 증명했다.

브로맨스 바통을 이어받은 건 꽃미남 배우 김수현과 이현우였다. ‘신세계’가 남성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면 김수현과 이현우는 철저하게 여성 관객들의 환심을 샀다. 이들은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에서 불꽃이 확확 튀는 미묘한 감정으로 로맨틱한 브로맨스 순간을 연출했다.
북한 내 특수부대 요원으로 분한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동경이라는 코드를 이용해 우정과 애정 사이를 넘나들었고, 이 같은 모습은 꽃미남 3인방을 주축으로 만화적 요소가 강했던 영화에 웃음을 더하는 데 사용됐다. 특히 이 같은 관계를 주도한 김수현은 로맨틱한 브로맨스를 통해 더욱 강력한 10대 팬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스크린 속 브로맨스는 가을 들어 콤비 호흡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에서 배우 송강호와 조정석은 처남-매부지간으로 분해 죽이 잘 맞는 콤비플레이로 극 초반 상당부분 전개를 책임진다. 천재 관상가와 그를 관리하는 매니저로 분한 두 사람은 촌스러운 시골 촌부였다가 한양 최고의 관상쟁이로 떠올라 기방에서 나란히 고주망태가 되고 막춤을 추며 관객을 웃긴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의 능수능란한 연기에 이제 단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조정석이 밀리지 않는 연기 앙상블을 펼치며 그야말로 찰딱 호흡을 이룬다.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 역할로 사랑 받은 그의 주접 연기는 ‘관상’에서 역시 빛을 발한다.
브로맨스는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에서 역시 이어지게 된다. 내달 관객과 만나는 영화 ‘노브레싱’(감독 조용선)에서 배우 이종석과 서인국의 브로맨스가 또 한 번 여성관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할 전망이다. 수영 선수들의 우정과 스포츠투혼을 다루는 영화에서 두 사람은 각각 천재 수영선수와 숨겨진 원석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의기투합하며 진한 수컷 우정을 나눌 예정. 브로맨스를 통해 유독 한 사람이 더욱 돋보이는 전례가 이어져온 가운데, 떠오르는 대세인 두 사람 중 이 같은 혜택을 입을 주인공은 누가 될지 이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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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