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동생을 가정부로 부리며 공주처럼 생활했던 첫째 딸. 그의 경제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자 첫째 딸을 끔찍하게 아끼는 엄마는 둘째 딸이 15년 동안 몸이 부서지라 일한 돈을 갈취해 첫째 딸에 가져다주려 한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을 차별하니 큰 사위와 작은 사위를 대하는 행동도 천차만별이다. 큰 사위가 집에 방문하면 버선발로 달려나가 허리를 굽실거리며 그를 맞고, 둘째 사위는 본척만척 그를 무시하기 일쑤다.
또 다른 엄마는 국내 최고 명문대에 보낸 아들이 약사와 결혼을 할 뻔한 상황에서 고아이자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며느릿감을 데려오자 대놓고 무시한다. 눈치를 줘 집안에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 하게 하고, 자신의 딸을 재벌가에 시집보내기 위해 키워준 딸이 위험한 거래를 통해 빌려온 돈으로 혼수를 준비한다.

KBS 2TV 주말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과 MBC '금 나와라, 뚝딱!'에서는 그동안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두 엄마가 등장한다. 이들은 자식을 품는 '착한' 엄마의 얼굴을 지녔지만, 한 꺼풀 안으로 들어가면 그동안 드라마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극단적인 캐릭터다.
엄마들의 막무가내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못 됐다', '저런 엄마가 어디 있나'라는 반응을 모으기도 한다. 하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덜 아픈 손가락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그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면, 성에 덜 차는 자식을 구박하는 엄마의 행동 저변에는 자신처럼 힘들게 살지 않길 원하는 모성을 읽을 수 있어 결국엔 공감대를 형성하고야 만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이들을 단지 못된 엄마라고 볼 수는 없다.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한 엄마들"이라며 "흔히 '엄마라면'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 조금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jykw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