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분데스리거들에게 치욕적인 하루였다.
21일 밤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마인츠 코파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레버쿠젠 대 마인츠의 2013-2014 시즌 분데스리가 6라운드는 손흥민과 박주호가 맞붙는 ‘코리안 더비’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비는 성사되지 못했다. 설상가상 경기내용도 좋지 못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입단 후 처음으로 교체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영국원정의 피로가 가시지 않아 사미 히피아 감독이 배려를 한 것. 하지만 대신 선발투입된 로비 크루스가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본격적인 주전경쟁을 예고했다.

손흥민이 감독의 전폭적 신임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다만 크루스의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히피아 감독이 그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손흥민도 투입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가치를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마인츠에 합류한 박주호는 주전수비수로 풀타임 출전해 나름 제 몫을 했다. 하지만 레버쿠젠의 막강한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4골을 헌납해 1-4로 패했다. 박주호가 지킨 왼쪽 측면수비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박주호는 과감하게 오버래핑에 가담하거나 전방에 침투패스를 찔러주는 등 공격에서도 제 몫을 했다.
하지만 동료들과 호흡이 중요한 포백수비는 아직 설익었다. 시드니 샘과 로비 크루스는 마인츠의 측면을 자유롭게 파고들며 날카로운 패스를 날렸다. 마인츠의 오프사이드 트랩은 번번히 뚫렸다. 수비수로서 4골을 허용했다는 것은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구자철은 치명적인 실수로 체면을 구겼다. 루이스 구스타보가 결장한 가운데 디터 헤킹 감독은 구자철에게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를 맡으라는 특명을 내렸다. 하지만 구자철은 전반 15분 골키퍼에게 안일하게 헤딩 백패스를 하다가 선제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방심에서 나온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 헤킹 감독은 전반전만 뛰게 하고 구자철을 불러들였다. 문책성 교체성격이 짙었다.
다행히 이비차 올리치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볼프스부르크는 2-1로 역전승했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최악의 실수를 범한 구자철은 감독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코리안리거들의 대활약을 기대하며 밤잠을 설친 축구팬들에게 이날 경기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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