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파일럿 예능으로 기획된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빠들의 리얼한 육아일기라는 차별화 포인트로 정규 예능 프로그램으로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방송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일만 하는 아빠들의 육아 도전기이자 가족에서 소외되고 자녀에게 소홀했던 아빠들의 제자리 찾기 프로젝트를 그린 리얼 버라이어티다. MBC에서 방영 중인 인기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와 마찬가지와 '아빠와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차이가 있다면 '아빠 어디가'가 미혼 시청자들에게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불러 일으키며 인기 몰이를 했으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전쟁 같은 육아에 허덕이는 아빠들의 리얼한 현실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또 가장 익숙한 공간인 집에서 펼쳐지는 순도 100%의 일상 생활을 담았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가졌다. 여행을 가거나, 제한된 특정 장소가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친숙하게 느끼는 공간인 집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루며 공감대를 높였다.

육아의 기본도 모른 채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뛰어든 아빠들은, 험난한 여정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예를 들어,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자신은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던 이휘재는, 두 쌍둥이 아들의 눈물에 넋을 놨다. "왜 이러지"라는 의문은, "어디가 아픈 걸까"라는 걱정으로 번졌고 전문의로부터 정상이라는 검진을 받은 후에도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쌍둥이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안고, 업고 집안을 누비며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았다.
이현우는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몰라 허둥댔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요리를 완성시켰지만 두 아들은 시큰둥한 모습을 보여 상처(?)를 받았고, 우량한 큰 아들은 업어달라고 졸라 이현우를 지치게 만들었다. 추성훈은 다른 출연자와 달리 딸과의 48시간에 더 지쳐갔다. 그는 "딸이기 때문에 한 번도 화낸 적이 없다"며 스마일 딸바보의 태도를 유지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는 생후 150일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출연했다. 이휘재, 추성훈의 집처럼 아빠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아빠를 걱정하는 효심 깊은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 장현성의 아들 준우 군은 아버지 앞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를 처음으로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가 많이 울었었다. 그 기억이 다시 되살아날까봐 아빠 앞에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 어디가'의 아류라는 오명 속에 전파를 탔다. 먹방마저 사랑스러운 윤후, 애교만점 딸 송지아, 의젓한 성선비 성준, 4차원 개구쟁이 이준수, 똑부러지는 모범생 김민국 등 확실한 캐릭터가 만들어진 '아빠 어디가' 멤버들에 비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날 것의 느낌이 강했다. 예쁜 그림인 '아빠 어디가'가 결혼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인기를 얻었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은 반대로 리얼한 현실 세계를 그리는 지표로 존재할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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