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예능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진짜’ 착한예능이 나타났다. 소위 문제아라고 하는 대한민국 하위 3% 학생들이 묘한 감동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대한민국 하위 3%의 유쾌한 반란 ‘송포유’는 이승철, 엄정화가 마스터가 돼 꿈과 목표 없이 좌절한 학생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음 프로그램.
총 3회중 지난 21일 첫 방송된 ‘송포유’는 충격과 감동으로 뒤섞여 있었다. 욕설은 기본이고 온 몸에 문신을 하고 담배에 폭행 등 나쁜 짓이라고는 모두 해본 학생들의 등장이 충격이었다. 그러나 합창대회를 위해 의지와 욕심을 보이기 시작한 아이들의 변화는 큰 감동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승철과 엄정화는 각각 성지고등학교(이하 성지고)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이하 과기고)에서 합창대회에 나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오디션을 진행하고 합격한 아이들과 함께 연습을 시작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평생 남 앞에 서기보다는 뒤에서 노는 게 편하고 왕따, 폭행, 흡연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학생들은 오디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연예인이 나타났을 때의 반응은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보던 학생들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초반에만 잠깐 관심을 보였을 뿐, 5분이 지나니 각자 다들 자신의 관심사에 눈을 돌렸고 심지어 등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이 “우리 학교는 두 명이 세 명이 돼서 나가는 학교다”, “한 대 맞으면 세 대 때려야 한다”, “애들을 땅에 묻어본 적도 있다”는 등 깜짝 놀랄 발언들을 했다.
하지만 오디션을 만난 아이들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테스트를 받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해 얼굴을 가리고 쑥스러워 하고 창피해 하고 또는 음악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은 영락없이 순수한 10대들이었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목표 없이 살았던 아이들이 무언가에 집착하고 욕심을 부리는 학생들. 요즘 가장 무섭다고 하는 학생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변화의 가능성은 희망을 안겨줬다.
최근 출연자의 순수성, 소비적인 현대인의 삶 등을 소재로 착한예능을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그러나 ‘송포유’와 같이 오랜 시간 외면했지만 지켜보고 보듬어줘야 하는 대상인 문제아 학생들을 다룬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저 문제아 학생들의 모습은 교양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기 때문.
‘송포유’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예능의 흥미로운 요소는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한민국 하위 3% 학생들을 소재로 한 ‘송포유’의 등장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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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송포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