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1년만의 PS] 김기태호, ‘신뢰’로 쌓아올린 대성공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9.23 06: 01

“앞으로 함께할 코치들과 처음으로 회식 자리를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잘 될 수 있겠다 싶더라. FA 3명이 나간 게 아닌 FA 선수 5명을 잡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2011년 10월 김기태 감독은 LG 트윈스의 11번째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당해 최악의 추락을 맛본 LG가 이번에도 1군 감독 경험이 전무한 이를 감독으로 선임하자 팬들은 분노했다. 현역시절 리그 최고 타자, 은퇴 후 국가대표팀과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라는 직함은 당시 LG 팬들에게 전혀 어필이 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주위 시선이 안 좋아 밖에 나가기도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LG는 당해 겨울 FA 시장에서도 찬바람을 맞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13년 안방마님 조인성, 마무리투수 송신영, 중심타자 이택근이 줄줄이 LG를 떠나 타팀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6위 팀의 주축선수 3명이 한 번에 사라졌고 사람들은 LG를 2012시즌 꼴찌후보로 놓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렇게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김기태호는 조용하게 돛을 폈다.

시작은 김기태 감독과 새 코칭스태프가 함께한 회식 자리였다. 2011년 12월 2012시즌 코치 인선을 마무리한 후 김 감독은 회식을 통해 코치들과 향후 팀의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식을 마친 후 김 감독은 “앞으로 함께할 코치들과 처음으로 회식 자리를 갖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잘 될 수 있겠다 싶더라”며 “FA 3명이 나간 게 아닌 FA 선수 5명을 잡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 인선부터 획기적이었다. 내외부 인사들을 적절하게 섞어 새로운 사단을 구축했다. 수석코치로 현역 시절 해태 에이스, 현역 은퇴 후 두산서 투수코치를 역임했던 조계현 코치를 임명했다. 타격 코치 자리에는 롯데 막강 타선을 만드는데 일조한 김무관 코치를 데려왔다. 반면 투수코치와 수비코치는 LG 프랜차이즈 출신의 차명석, 유지현 코치를 선택했다. 코칭스태프 선임 후 김 감독은 각 파트의 전권을 코치들에게 부여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로 인해 의도치 않게 삐걱거리기도 했다. 2012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젊은 선발투수 두 명이 최악의 사건에 연루됐고 둘은 시즌을 앞두고 퇴출당했다. 사실상 지난해 주축 선수 5명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신임 감독이 감내하기 힘든 시련이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꿋꿋했다. 흔들리지 않고 코치들과 꾸준히 의견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고 팀 재건에 박차를 가했다.  
김 감독은 신뢰를 앞세워 LG의 고질병이었던 내부 잡음부터 최소화했다. 구단 첫 민선주장이 된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9번)를 비롯한 베테랑들을 대우하면서도 신진세력 발굴에도 시선을 기울였다.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신경 쓰는 것과 동시에 2군에서 콜업된 선수는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연차에 차등을 주지 않고 선수들을 향한 믿음을 전달했다. 스스로 내건 약속도 지켜갔다. 취임사에서 밝힌 7, 8, 9회 후반에 강한 야구를 실천하기 위해 불펜진 강화를 꾀했고 차명석 투수코치는 LG에 없던 필승조를 만들었다.
사실상 2012시즌은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준비 기간이었다. 선수단 전체가 김 감독이 정해놓은 방향대로 움직였고 서로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 감독과 코치, 지도자와 선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시즌 중반 팀은 추락했지만, 나름 설정한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김 감독은 2012시즌을 앞두고 선택한 4번 타자 카드 정성훈을 꾸준히 밀고 나갔다. 그러자 정성훈은 OPS 커리어 하이(.910)를 찍었다. 시즌 막바지에는 베테랑 외야수 이진영의 규정타석 진입을 도왔다. 때로는 비난 여론을 각오하고 이진영을 1번 타순에 놓기도 했다. 그리고 시즌 후 우선 과제였던 정성훈 이진영의 FA 재계약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당시 정성훈과 이진영은 “나를 믿어주신 감독님을 떠날 수 없었다”고 재계약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결국 LG는 2013시즌 주인공이 됐다. 절묘한 투타조화, 신구조화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2011년 10월 김기태 감독은 취임사에서 “난 돌아갈 팀도 없다. 쌍방울은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2013시즌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선 팬들을 향해 “유광점퍼 사셔도 좋다”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약속했다. 김 감독의 각오와 약속는 2013시즌 내내 선수단 전체에 그대로 스며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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