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혹은 부활, 어떤 단어를 써도 아깝지 않을 경기력이었다. 박지성(32, 아인트호벤)이 아약스와 경기서 보여준 모습은 전성기 시절의 그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동시에, 맨체스터 더비에서 완패한 맨유를 떠올리게 했다.
박지성이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한 아인트호벤이 23일(이하 한국시간) 홈인 필립스 스타디움서 끝난 2013-2014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7라운드 아약스와 경기서 4-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아인트호벤은 4승 3무(승점 15)를 기록, 즈볼레(승점 13)를 넘어 리그 선두로 뛰어올랐다.
기록만으로 따져봐도 1골 1도움의 맹활약이다. 지난 8월 헤라클레스전 이후 리그 2호 골, 1호 도움을 신고하며 공격 포인트를 추가한 박지성의 활약은 눈에 보이는 숫자로 증명됐다. 하지만 그가 더 가치있었던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박지성 특유의 움직임이었다.

이날 박지성은 초반부터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침착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폭넓은 시야를 자랑했고, 가로채기와 연계플레이도 단연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후 채 10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좋은 패스를 연달아 찔러주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침없는 활동량으로 상대의 공격 루트를 직접 끊어놓는 날카로운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활발히 누비며 진면목을 과시한 박지성은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며 아인트호벤의 공수를 지휘했다. 오른쪽 측면이라는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노련한 움직임으로 아약스의 박스 안쪽을 누비던 박지성은 후반 19분 오른쪽 측면에서 정교한 크로스로 오스카 힐리에마르크의 세 번째 골에 도움을 기록, 공격 포인트를 추가했다.
이날 박지성의 활약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동시간대에 펼쳐진 맨체스터 더비 결과와 맞물려 더 인상적이다. 박지성이 7년을 보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감독이 바뀐 후 처음 치른 맨체스터 시티와 더비전에서 1-4로 완패했다. 로빈 반 페르시가 부상으로 결장했다고는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완패였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진이 철저히 무너진 것이 원인이었다. 특히 양쪽 측면 수비진의 붕괴가 컸다. 공격도 수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양쪽 날개 애슐리 윙,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번번이 맨시티의 공격에 뚫린 크리스 스몰링이 대표적이다. 한 번 뚫리고 나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맨유의 멘탈은 이제까지 그들의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자연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공백과 함께 특유의 헌신적인 플레이로 어떤 상황에서든 끝까지 고군분투하던 박지성의 모습이 맨유의 대패에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오늘처럼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자신의 장점을 살린 플레이로 맹활약한 박지성이 팀의 승리까지 이끌었다면 더욱 그렇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맨체스터 더비에 박지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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