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라는 자리는 빛보다 그림자에 가깝다. 많은 코치들이 자신이 맡은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심하지만, 성과를 내도 스포트라이트는 보통 선수들과 감독에게 집중된다. 분야에 따른 스페셜리스트 코치가 있으나, 코치의 다년 계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주변 환경에 따라 언제든 유니폼을 벗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좋은 코치가 강팀을 만든다는 것이다. 2013시즌의 주인공 LG 또한 그렇다. 마침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 지난 10년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은 LG는 스페셜리스트 코칭스태프의 헌신이 도약의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 이들의 지도력으로 인해 약점 투성으로 보였던 LG가 리그 정상급 전력을 갖췄고, 페넌트레이스 우승까지 응시하고 있다.
김무관 타격코치에게 LG는 ‘도전’ 그 자체였다. 최강 롯데 타선을 완성시킨 김 코치는 2년 전 LG에서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김 코치는 선수마다 맞춤형 지도를 펼치는 한편, 팀 전체가 추구해야할 방향을 확실하게 정한다. 2012시즌 선수 파악에 힘을 쏟았고 2013시즌 ‘잔루 최소화’와 ‘출루와 타점’이란 두 가지 콘셉트를 심어놓았다. 당연한 득점 공식이지만, 그동안 LG가 약했던 부분을 정확히 짚고 수정에 들어갔다.

이전까지 LG 타선은 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즐비하지만, 좀처럼 신예 세력이 성장하지 못하며 상하위 타선의 격차가 극심했다. 팀 타율에 비해 득점권 타율과 출루율이 떨어져 안타가 많이 나와도 점수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터질 때는 한꺼번에 대폭발하지만, 꾸준하지 못했고 타선 전체가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올 시즌은 다르다. 22일까지 팀 타율 2할8푼4리로 전체 2위에 자리한 가운데 득점권 타율도 2할9푼8리로 2위, 하위타순 타율도 2할6푼6리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병규(9번)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모두 자신의 커리어 평균 출루율보다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면서도 득점권에서 해결사 면모를 마음껏 선보이는 중이다. 정의윤 손주인 김용의 문선재 정주현과 같은 새로운 세력이 1군 경험을 쌓으면서 도약에 성공, LG 하위 타선에 큰 힘을 보탠 결과다.
김 코치는 “일단 타석에서 두려움 없이, 쉽게 죽지 않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타격 사이클의 기복이 큰 팀은 좋은 팀이 아니다. 올 시즌 우리가 달라진 부분은 기존 베테랑들과 조화를 이룰 중간층이 많이 성장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전처럼 단체로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는 경우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코치는 “사실 타격 사이클이 좋은 타자가 2, 3명만 돼도 그날 경기를 이길 수 있다. 시즌 내내 아무리 안 좋아도 2, 3명만 정상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는 말이다”면서 “하위 타선이 좋아진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다. 7, 8, 9번 타자가 그냥 물러나 버리면 경기의 3분의 1을 날려버린다. 정의윤 손주인 김용의 문선재 정주현 같은 이들이 중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를 통해 꾸준히 향상되는 중이다”고 밝혔다.
차명석 투수코치 또한 큰 그림을 그렸다. 2012시즌 불펜진 개혁을 시도, 더 이상 역전패를 허용하지 않는 필승조를 만들었고 2013시즌에는 선발진까지 구축했다. 지난해 봉중근과 유원상이 불펜 전향에 대성공한 것에 이어 이동현이 부활해 LG 불펜진은 승리 방정식을 세웠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우규민 신정락, 두 사이드암투수를 한꺼번에 선발투수로 돌려 리그 최강 마운드를 완성했다.
시작은 '볼넷 줄이기'였다. 차 코치는 “투수코치를 맡고 투수들과 첫 미팅 자리부터 볼넷을 줄이자고 약속했다”고 했다. 실제로 LG는 2011시즌 팀 볼넷 512개를 기록했지만, 2012시즌 팀 볼넷 422개로 최소 2위에 자리했다. 올 시즌에는 팀 볼넷 371개로 최소 1위에 있다. 볼넷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팀 평균자책점도 낮아졌는데 현재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66으로 6월초부터 이 부문 정상을 고수하고 있다.
선수 개인에게는 효율적인 투구폼을 강조한다. 차 코치는 “투수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맞는 투구폼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그렇다고 절대 강압적으로 가지는 않았다. 가장 좋은 지도 방식은 많이 말하지 않고 선수가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유원상은 타점을 높여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만든 반면, 신정락은 팔을 내려 선발투수로 재탄생시켰다.
유지현 수비코치는 고질병이었던 수비불안을 해결했다. 유 코치는 선수들에게 맹훈련을 지도하는 한편, 상대 타자들의 타구 궤적을 꾸준히 연구하며 맞춤형 시프트를 고안해냈다. 2012시즌 수비코치 부임과 함께 오지환을 맨투맨으로 지도, 올 시즌 수준급 유격수로 도약시켰고 경기 중에는 시프트로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유도한다.
유 코치는 지난 6월 “올해로 수비코치 2년차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됐다. 또한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대표팀 타자들의 스윙 궤적과 타구 궤적 등을 보다 자세히 보고 알 수 있게 됐다”며 “확실히 일 년에 18번만 만나서 분석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더라. 데이터가 풍부해진 만큼, 수비 시프트가 적중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올 시즌 LG는 야수진 실책 58개를 기록, 리그 최소 2위에 올라 있다.
이들 외에 선수단에서 가장 분주한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는 올 시즌 부상자를 최소화시켰고, 장광호 배터리코치는 물음표가 가득했던 포수진을 안정시켰다. 조계현 수석코치 역시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살려 김기태 감독의 야구를 완성하는 데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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