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가 걸어온 길, 두산도 밟을 수 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23 14: 59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선수층에 밀려 번번이 빛을 잃었다. 하지만 그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다잡은 결과가 바로 2013년의 화려한 비상이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나이인 김재호(28, 두산)가 이제 마지막 화룡점정을 향해 가고 있다. 그 목표는 팀의 목표와도 딱 일치한다.
김재호는 ‘2013년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2일까지 85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4리의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시작까지만 해도 두산의 주전 유격수는 베테랑 손시헌이었지만 이제는 김재호가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유격수는 물론 내야의 여러 포지션도 소화 가능한 김재호가 드디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그라운드에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생애 최고의 시즌이라고 할 만하다. 2004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김재호가 지난해까지 남긴 성적은 초라했다. 상무 제대 후 2008년 112경기에서 261타수를 소화한 것이 단일 시즌 최다 타수였다. 그 후로는 손시헌 고영민 오재원 이원석 등 팀 내 내야진에 밀려 자기 자리를 잡지 못했다.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잘 잡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제 두산 내야에서 김재호의 이름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지금껏 간절히 꿈꿨던 목표도 하나 둘씩 이뤄내고 있다.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하자 호수비와 불방망이가 따라왔고 22일 잠실 KIA전에서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홈런의 맛을 보기도 했다. 김재호는 “최근 타구가 멀리 나가는 감이 있어 짧게 친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야구에서 홈런이 꽃이라고 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힘든 일도 많았고 포기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는 김재호다. 그러나 김재호는 “견디고 했던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다”고 예전을 돌아봤다. 그런 기다림과 인내 끝에 빛을 보고 있는 김재호의 목표는 이제 팀 우승으로 향한다. 개인적 목표를 이야기할 때는 수줍었던 김재호지만 “이상하게 학교 다닐 때 우승을 못해봤다. 준우승이 고작이었다”라면서 “우승을 해본 지 너무 오래됐다. 올해는 우승을 꼭 경험해 보고 싶다”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어쩌면 김재호와 두산은 닮은 구석이 있을지 모른다. 두산도 2007년 이후 항상 정상권에 있었던 팀이었다. 팀이 가진 재능은 다른 구단이 부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궁극적 목표까지 이른 적은 없다. 뛰어난 재능의 집합이 빛을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과연 김재호가 이룬 작은 성과가 두산이라는 팀 전체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스스로 경험해봤기에 그 기적을 믿는 김재호와 함께 두산이 10월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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