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감자별'이 야심차게 베일을 벗었지만, 그 첫 회는 웃기지 않았다. 이게 과연 시트콤이 맞을까 싶을 정도였다.
지난 23일 방송된 '감자별' 1회는 너무나 많은 캐릭터를 하나씩 소개하기에도 버거워보였다. 캐릭터는 확실했지만 그 소개가 그리 웃기진 않았다.
이날 주로 소개된 두 인물은 노주현과 고경표. 노주현은 아침에 깜빡하고 안먹은 전립선 비대증 약에 집착하며 하루 종일 방광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나노 예민' 환자로 등장했다. 상대의 말투 하나로 트집을 잡고, 예민하게 구는 그의 캐릭터는 기존 가장의 캐릭터와 확연히 다르긴 했다. 반면 고경표는 이른바 '외국 물 먹고' 온 젊은 세대의 허세를 꼬집었다. 그는 하버드 학력에 집착하고, 타인의 R 발음과 L 발음을 고쳐주는 밉상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들의 가족들로 등장한 이순재와 금보라도 범상치는 않았다. 이순재는 다짜고짜 화를 내고 며느리를 싫어하는 시아버지로, 금보라는 사과 상자에 돈 담아 뇌물로 건네는 걸 최초로 시도했다고 알려진, 기가 센 며느리로 나타났다. 다소 진부한 갈등관계인데, 향후 이를 어떻게 엮어서 웃긴 에피소드를 유발할지가 관건이다.
하연수 파트는 거의 일일드라마에 가까웠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밝고 바르게 자란 그는 햄버거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주현의 회사에 취직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인물. 변기 청소에 앞장서고, 불우한 아동에게 햄버거를 무료로 나눠주며 행복을 느끼는 여성이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여진구와 우연히 마주치며 향후 러브라인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들이 1회 안에서는 전혀 웃기지 못했다는 것. 오히려 특별 출연한 황정음이 유일하게 웃음 사냥에 성공한 상황이다.
특히 '감자별'은 이날 방송에서 강도 높은 화장실 유머를 시도했는데, 화장실이 이렇게 자주 등장함에도 이같이 안웃기기가 쉽지는 않다. 노주현은 방광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고급 차 안에서 고경표의 '쉬' 소리에 맞춰 소변을 보다가 흘리고 말았다. 하연수는 햄버거집 화장실에 흘러넘친 대변을 '아름답게' 처리했다. 노주현은 또 소변 보는 걸 실패하고 지퍼를 내린 채 황정음에게 다가갔다. 모두 '어디서' 웃어야 할지 난감한 장면들이었다.
물론 아직 여진구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고, 외계 행성인 감자별은 또 뭔지 나오지 않은 상태라 이 시트콤에 대해 결론을 내리긴 힘든 상황.
풍자와 해학도 가능성은 열어뒀다. 하연수가 취직하고 싶은 노주현의 회사가 실은, 그 회사의 직원이었던 하연수의 아버지 덕분에 성장했다는 아이러니 등이 깔려있는 상태다. 상류층과 서민층을 극명하게 대조 묘사한데다, 매우 많은 캐릭터를 깔아둬 향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1회와 같은 호흡과 톤이 계속된다면, 김병욱 감독의 2년만의 신작 '감자별'에는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