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이 태극마크를 꿈꾸고 있는 박주영(28, 아스날)과 기성용(24, 선덜랜드)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을 관찰하기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홍명보 감독이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역시 최대 관심사는 박주영과 기성용의 A대표팀 재입성 여부. 기자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홍 감독은 영리했다. 즉답을 피하고 에둘러 뜻을 전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말 속에 뼈가 있었다.

홍 감독은 기자들과 인터뷰서 "박주영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부상에서 막 복귀해 팀에 합류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경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팀 복귀는 내 의지보단 박주영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본인의 강한 열망도 확인했다"고 긍정의 메시지를 던졌다.
다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지금은 '복귀 시점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 감독은 "2~3경기를 못 나가는 것은 문제 없다. 하지만 장시간 벤치에 앉아있는 것은 문제가 된다. 우리는 2~3일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박주영의 브라질전 발탁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여름 셀타 비고로 한 시즌 임대를 떠났던 박주영은 올 여름 원소속팀인 아스날로 복귀했다. 먹구름이 드리웠다.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됐다.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홍 감독이 박주영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선수는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감독의 대표팀 선발 원칙과 전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대표팀에 복귀시키는 것이 어떻겠냐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도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원칙이라는 것이 상황마다 바뀌라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소신을 지켰다. 누구도 자신이 내세운 대표팀 선발 원칙에 예외가 없을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제 막 부상을 털고 팀에 합류한 박주영으로서도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월드컵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무대를 막론하고 뛰어야 산다. 그래야 홍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고, 브라질에 함께 갈 수 있다.
기성용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홍 감독은 "이적 후 2경기를 치렀다. 컨디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상태"라며 "선덜랜드 감독도 경질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브라질전 호출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올 여름 입지가 좁아진 기성용은 스완지를 떠나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했다. 옷을 갈아입자마자 중원을 꿰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했다. 박주영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다만 기성용의 경우 '출전' 여부보다는 '경기력'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기성용은 선덜랜드 이적 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감독의 물음표를 마침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스완지를 비롯해 올림픽 대표팀과 A대표팀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을 회복해야 한다. 향후 어떤 경기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태극마크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수 있다.
박주영과 기성용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홍명보호는 내달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삼바 군단' 브라질을 상대한 뒤 15일 천안종합운동장으로 무대를 옮겨 아프리카의 신흥 강호 말리와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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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가운데)-기성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