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포유’ 논란, 또 다른 '2차 피해자'를 경계한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9.24 09: 23

SBS 추석특집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송포유’가 네티즌의 집중 포화를 맞은 가운데, 마지막 한 회 방송을 남겨두고 있어 그 행보가 집중되고 있다.
‘송포유’는 가수 이승철, 엄정화가 각각 성지고등학교(이하 성지고)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이하 과기고) 학생들의 마스터가 돼 꿈과 목표 없이 좌절한 학생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폴란드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그린 3부작 프로그램이다. 기획 의도는 꿈이 없어 방황하는 학생들이 합창단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
지난 21일과 22일 방송에서 성지고와 과기고 학생들의 거친 언행들이 가감 없이 전파를 탔다. 이로 인해 일부 시청자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감동을 자아냈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렇듯 엇갈린 반응 속에 두 번째 방송을 마친 '송포유'는 그러나 부정적인 반응들이 더욱 거세지며 이슈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문제아 학생들을 교화시킨다는 것 이면에는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은 가해자를 위한 방송이라는, 주변과의 위화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상당해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 이 프로그램이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미화시킨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피해자의 상처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고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여기에는 '송포유' 출연 학생들 모두를 '가해자'로 분류해버리는 위험이 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이 방송을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해당 학생들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질타하는 상황 속에는 오히려 진짜 '2차 피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송포유' 관계자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극히 소수다. 많은 청소년들이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제작 관계자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를 예능으로 푼 것이 맞냐에 대한 문제는 남아있지만,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상황은 방지돼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비난보다는 문제아 학생들이 합창으로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고 이들의 변화를 통해 다른 문제아 학생들을 교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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