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35, 삼성)의 손맛이 살아났다. 척척 킬패스를 뿌리던 타짜가 돌아왔다.
서울 삼성은 24일 용인 마북리 KCC체육관에서 벌어진 전주 KCC와의 연습경기에서 접전 끝에 74-79로 패했다. 주전가드로 나선 김승현은 30분 가량을 소화하며 오프시즌 연습경기 중 가장 많은 출장시간을 소화했다. 그만큼 몸이 좋고 활약이 뛰어났다는 반증이다.
김승현은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선보였다. 순발력이나 스피드, 근력, 체력 등 모든 것이 전성기 수준에 근접했다. 김승현은 경기초반 공중에서 노룩패스를 뿌렸다. 붕 떠오른 마이클 더니건은 그대로 공중에서 공을 잡아 림을 흔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김승현은 밀집수비 사이로 백도어 컷을 하는 이동준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KCC 선수들이 대응하기 전에 이미 이동준의 슛은 림을 갈랐다. 전성기 시절 ‘매직핸드’ 소리를 듣던 그 패스였다. 삼성은 24-22로 앞서갔다.
2쿼터 중반 김동광 감독은 김승현에게 휴식을 줬다. 이 때부터 기세가 오른 KCC는 역전에 성공했다. 김승현이 다시 3쿼터 투입될 때 삼성은 38-52로 크게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전열을 정비하고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다. 포인트가드 한 명이 경기를 어떻게 지배할 수 있는지 보여준 한 판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승현은 “현재 몸 상태는 7-80% 수준이다. 원래 20~25분 정도를 뛰었는데 오늘 몸이 괜찮았다”며 씩 웃었다. 패스가 좋았다고 칭찬하자 “다른 선수들 몸이 무거웠다. 선수들 움직임만 좋다면 패스는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승현은 오프시즌 계약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대폭 삭감된 1억 5000만 원에 도장을 꾹 찍었다. 이제 이규섭의 은퇴로 주장완장까지 물려받았다. 책임감이 막중할 터. 김승현은 “부담감 그런 것은 없다. 어린 선수들이 알아서 잘 따라준다”며 해맑게 웃었다. 어느 덧 노장이 됐지만 농구를 즐겁게 하는 마음자세는 신인시절 그대로였다.
마이클 더니건은 마르커스 힉스처럼 김승현의 찰떡궁합이 될 수 있을까. 김승현은 “아이라 클라크와 안드레 브라운만큼만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마음 놓고 패스를 뿌릴 것이다. 아무래도 더니건이 투박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김승현은 어떤 마음자세로 뛸까. “54경기 전 경기에 나서고 싶다. 단 1분을 뛰더라도 다치지 말고 끝까지 뛰고 싶다” 현재의 좋은 몸 상태로 봤을 때 오히려 소박하게 들리는 목표였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