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찍힌 낙인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걸까? 변화하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지도 않고 비난만 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일까?'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송포유'와 방송 직후 불거진 논란을 보고 든 생각이다. 진정 한 번 낙인찍힌 사람들은 변화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지난 추석 지상파 3사에서 쏟아진 예능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논란과 화제를 모았던 방송은 아마 '송포유'일 것이다. '송포유'는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가 마스터가 돼 꿈과 목표 없이 좌절한 학생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 기획의도는 목표 없이 살아가고 있는 10대들이 세계합창대회라는 하나의 목표를 준비해가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첫 방송 직후부터 '일진 미화' 등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마지막 방송을 남겨두고 계속해서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적잖이 당황했고, 결국 지난 2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목동 SBS 사옥 14층 시사실에서 긴급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담당 연출자와 CP뿐만 아니라 예능 총괄국장과 홍보담당자가 총출동했다.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홍보 담당자는 항간에 불거진 논란에 대해 하나하나 제작진과 출연 학생들의 입장을 설명했고, 이어 등장한 제작진은 '송포유'의 기획의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논란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그들이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인정하며 사과했고, "마지막 3부를 끝까지 봐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날 서혜진 PD는 '송포유'에 대해 "학교 폭력과 왕따 등 현재 여러 가지 문제를 앓고 있는 10대 학생들이 합창을 통해 작지만 좋은 기억, 추억,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라며 "세계합창대회라는 목표를 향해가며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친구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송포유'의 CP 역시 "학생들이 100일 동안 노력했다고 굉장히 갱생하거나 모범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가 없던 아이들에게 목표를 주면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려고 했다"라며 "우리가 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 학생들 중 방송 후 실제로 목표를 갖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부모와 화해한 사람도 있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들도 있다.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부분에서는 변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의 말대로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3부는 1,2부와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제작진이 의도했던 변화된 모습들의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그들의 진심 어린 열정도 느껴졌다. 시간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연습시간에 조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학생들은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가졌다. 전혀 반성하거나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학생들은 합창을 통해 한층 치유된 모습이었다. 1,2부에서는 예의바르지 못한 태도를 지적받았지만 3부에서 공개된 변화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울컥'하는 큰 울림을 줬다.
또 학생들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방송 후 변한 스스로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분노의 감정만을 표출하던 학생들은 이제 감동과 감사도 느낄 줄 알았다. 한 학생은 "방송 후 아빠와 대화하는 횟수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 역시 '송포유'에 참가하며 변한 자신의 모습과 과거 행동에 대한 반성의 마음을 전했다.
"목표가 없던 아이들에게 목표를 주면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려고 했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마지막 3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앞서 방송된 1,2부는 변화하는 과정의 일부분을 보여준 것. 아직 제작진과 학생들이 보여주고자 한 것이 많이 남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적만 하는 것은 과연 옳은 방향일까? 물론 학생들의 모습에서 얼마만큼의 변화와 감동을 느끼느냐는 순전히 시청자의 몫이다.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자극적인 표현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노출시킨 것 또한 제작진의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비난을 하기까지 지금까지 방송된 '송포유'는 전체 그림의 일부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