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 다저스)은 지난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완투패 이후 호투 비결에 대해 “무조건 낮게 던지는 것 밖에는 답이 없더라”라고 씩 웃었다. 그 깨달음을 얻은 류현진의 제구력이 다시 한 번 빛났다. 거의 완벽한 제구력으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잠재웠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14승(7패)째를 따냈다. 상대 정상급 투수 맷 케인과의 세 번째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고 지구 최대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줌에 따라 포스트시즌 3선발 안착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구속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빠를 때보다는 2~3㎞가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런 구속 저하를 상쇄하고도 남을 제구력을 선보였다. 직구 제구는 물론 변화구도 거의 실투 없이 들어가며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막아냈다. 104개의 투구 중 볼은 31개 뿐이었다.

이날 주심은 비교적 낮은 쪽에 후했다. 낮게 제구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은 듯 경기에 들어선 류현진과의 궁합도 좋았다. 여기에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의 투구분석시스템의 스트라이크존 사각형 모서리에 걸치는 공들이 많았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천적이었던 헌터 펜스와의 첫 타석이 상징적이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선 펜스에게 류현진은 5개의 공을 모두 직구로 던졌다.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구속도 89~92마일로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펜스는 두 차례나 헛손질을 하며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5개의 공이 사각형의 모서리에 모두 걸쳤다. 몸쪽, 바깥쪽 모두 환상 제구력이었다. 좌우, 그리고 상하를 오고 가는 류현진의 컨트롤에 펜스의 방망이는 좀처럼 갈 곳을 찾지 못했다.
4회 버스터 포지를 삼진으로 잡아낼 때도 완벽한 제구가 빛났다. 볼카운트 1B-2S에서 류현진은 변화구로 피해가기 보다는 과감한 정면승부를 택했다. 류현진이 던진 91마일 직구는 바깥쪽 낮은쪽 코스를 정확하게 찔렀다. 포지로서는 아주 멀어 보이는 공이었지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고 주심은 단호하게 삼진콜을 연출했다.
1-1로 맞선 5회 아브레유에게 솔로홈런을 맞긴 했지만 이도 제구가 형편없는 공은 아니었다. 가운데 조금 몰렸을 뿐 코스 자체는 낮았다. 아브레유가 정확한 타이밍에서 잘 건져올린 공이었다. 17일 애리조나전 골드슈미트의 2점 홈런도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이 “실투는 아니었다”라고 했을 정도로 제구는 나쁘지 않았다. 이처럼 2경기 연속 환상 제구력을 이어간 류현진이 또 한 번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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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