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지난 지상파 방송 예능계가 물갈이 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시청률이 부진했거나 잡음이 일었던 프로그램이 잇따라 폐지되고, 추석 파일럿으로 등장한 프로그램들이 이제 정규 자리를 꿰찰 조짐이다. 이제는 한 마디로 '파일럿 전쟁'이다.
MBC는 사고 논란이 있었던 '스플래시'를 폐지시키고, '스토리쇼 화수분'(이하 화수분)의 종영을 확정했다. '화수분'은 10월 첫째 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되며 후속 프로그램은 드라마국에서 제작되는 단막극이 편성될 예정이다.
'스플래시'가 출연자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으로 폐지됐다면 '화수분'은 시청률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화수분'은 6년 장수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 후속으로 편성됐지만, 애국가 시청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채 정규 방송 2달여 만에 폐지되는 씁쓸한 성적을 거뒀다.

이로써 MBC는 잇따른 폐지로 구멍이 생긴 목요일과 금요일 심야 예능프로그램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을 쏟아낸다.
일단 목요일 오후 11시대는 드라마국에서 제작 중인 단막극 10편이 선보이게 된다. 이후 12월께부터 새 예능프로그램이 방송될 예정이다. 금요일 오후 10시대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학생들을 지원하는 ‘어서오세요’를 비롯한 파일럿 예능프로그램들이 대거 방송된다. 일단 파일럿 예능프로그램들을 순차적으로 내보내면서 시청자 반응에 따라 목요일과 금요일 비어 있는 시간대를 책임질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SBS는 토크쇼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이하 화신)의 폐지설이 제기된 상태다. '화신'은 생방송 토크쇼 체제로 변신, 지상파로서는 눈에 띄는 도전정신을 펼쳤지만 역시 시청률의 압박은 견디지 목한 것으로 보인다.
'화신' 제작진은 25일 OSEN에 "'화신'의 종영을 논의 중인 것은 맞다. 김희선 씨의 스케줄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종영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폐지 시기나 후속 프로그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파일럿 프로그램 '심장이 뛴다'가 정규 방송이 확실시되면서 '화신' 자리에 방송된다는 소문이 돌자, 이 프로그램이 후속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 됐다.
지난 2월 첫 방송된 '화신'은 김희선과 개그맨 신동엽, 가수 윤종신을 MC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이후 윤종신이 스케줄 문제로 하차하고 방송인 김구라와 배우 봉태규가 새 MC로 투입돼 '화신'을 이끌었다. 또 '화신'은 국내 최초로 100% 생방송 토크쇼 체제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간대 쟁쟁한 예능프로그램과 종편 토크쇼의 추격 등으로 시청률 면에서는 3~4%대의 성적을 내며 코너에 몰린 상태였다.
KBS는 이번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만큼 정규 확정도 빠르게 진행 되고 있다. 이미 '마마도'가 편성을 확정했고,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정규 편성이 확정적이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석연휴기간인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전파를 탄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KBS가 공식 입장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정규 편성을 확실시한 단계로 첫 방송 날짜와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KBS는 '리얼 스포츠 투혼', '스타 베이비시터 날 보러 와요', '바라던 바다' '너는 내 운명' 등 다수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놓고 정규편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능 관계자는 "올해처럼 앞으로 추석이나 설 연휴 기간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그 안에서 일종의 서바이벌처럼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살아남는 프로가 정규 방송이 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경쟁이자 하나의 축제같은 형식이 될 것 같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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