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현상'이다.
25일 자정 버스커버스커2집이 발매되자, 음원시장이 그야말로 폭발했다. 멜론, 엠넷, 벅스,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다음뮤직, 지니 등 10개 중 8개 차트가 1~9위 모두 버스커버스커 곡으로 채워졌다. 이쯤되면 진짜 '음원 깡패'다.
시간이 갈수록 진가는 발휘된다. 이전에도 올킬, 줄세우기 현상은 흔한 편이었으나 버스커버스커는 이를 하루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10위권에는 평균 3~5개의 버스커버스커 관련 단어가 올라있고, 피처링에 참여한 여가수부터 뮤직비디오 출연자까지 모두가 화제다.

예상은 했지만, '이상한' 점도 많다. 이 열병과 같은 신드롬은 대체 왜 일어난 것일까. 아이돌의 전자음악에 질려서라고 하기에는, 최근 음악시장이 그렇게 아이돌 천편일률도 아니었다. 가을 분위기의 곡은 버스커버스커 외에도 많다. 대체, 왜일까.
# 아날로그 청춘송, 인디에도 많잖아?
사실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이 '유일한' 색깔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포크록을 표방한 밴드는 국내시장, 특히 인디에 꽤 많다. 청춘들의 톡톡 튀는 센스나 향수를 건드리는 감성은 희귀하다고 보기 힘든 상태. 많은 사람들이 버스커버스커의 인기 비결로 꼽는 이 두가지 매력이 버스커버스커에게만 있다고 볼 순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버스커버스커의 인기는, 마치 버스커버스커만이 이같은 매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신곡이 나오자마자 트위터, 페이스북은 이들 곡에 대한 감상평으로 뒤덮였고, 이들의 음악만을 기다렸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어찌됐든 인지도의 힘이다. 엠넷 '슈퍼스타K3'에서의 극적인 준우승과 CJ의 과감한 투자, '벚꽃엔딩' 메가히트로 이어진 경력이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쌓았고, 이는 사실 인디음악에 가까운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을 메이저 시장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유일한 음악이 아닌, 유일한 행보인 것.
가요기획사 대표 A씨는 "이런 음악을 하는 가수는 많다. 그런데 알려진 가수는 버스커버스커 밖에 없다"고 정리했다.
그는 "이같은 음악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이 수요가 적극적이라고 볼 순 없는 것이다. 일부러 다른 음악들을 다 들어보고 찾아보진 않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 버스커버스커에게 수요가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이 새로운 걸 원하면서도 이미 아는 가수의 음악, 메인에 노출된 음악만 듣는다는 것. 버스커버스커는 운 좋게도 이같은 음악 중 가장 많이 노출, 어쩌면 거의 유일하게 노출된 음악인 셈이다.
그러면서 버스커버스커는 아이콘의 위치도 갖게 됐다. 유력 프로듀서 B씨는 "음악적 수준, 작법 등을 떠나서, 뭔가 자기 이야기를 자신의 노래롤 하는 청춘의 대표성을 띠게 된 것 같다"면서 "대중이 알고 있는 순수한 음악의 대표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평했다.

# 서태지 이후, 또 한번의 신비주의..또 통해?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아는 밴드가 됐으니, 당연히 여러 방송, 행사에서 러브콜이 쏟아질테지만 버스커버스커는 이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슈퍼스타K3'가 끝난 후 출연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예능이나 단체 공연에도 빠졌으니 이는 버스커버스커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줬다.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모습은 다른 가수들과 '뭔가' 달랐고, 이는 고스란히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이 특별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인다.
유력 음반홍보사 대표 C씨는 "버스커버스커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아주 조금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다. 이쪽 일을 하다보면 여러 관계를 맺게 되고, 이에 따라 원치 않는 방송 출연 등을 하게 되는 게 다반사인데 버스커버스커는 이미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희소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풀이했다.
매체가 범람하면서 최대 노출을 지상 과제로 삼았던 최근 가요계 흐름과도 정반대다.
B씨도 "버스커버스커는 서태지 이후 신비주의의 가장 큰 성공 모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버스커버스커는 온라인이 자신들로 도배된 25일 현재에도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콘서트 준비에만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먹먹함
물론 단순히 '인지도' 효과, 신비주의 전략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차트를 이렇게 통째로 접수하기 위해서는 30~40대의 움직임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들을 공략하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이다.
A씨는 영화 '건축학개론'과 궤를 같이 한다고 봤다. 그는 "10~20대 팬들이 장범준의 목소리, 밴드의 정체성 등에 열광한다면, 그 이후 세대에게는 예전의 애틋함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 연주곡 '가을밤'을 들었을 때부터 영화 '시네마천국' 등이 떠오르는 어떠한 감성이 있다. '건축학개론'에 90년대 대학생들, 남성들이 열광했듯이 버스커버스커에게서도 비슷한 감성을 발견하고 30~40대, 특히 남성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음원을 정오에 오픈한다는 업계 동의를 깬 것은 유감이지만, 자정에 오픈해 밤의 아련한 감성을 건드린 데 성공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호평했다.
사실 대진운도 좋았다. 한 기획사 관계자 D씨는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라, 아직 대형 컴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핫한 신곡이 없었던 상황에서 버스커버스커가 그야말로 때를 만난 셈"이라면서 "앞으로 얼마나 롱런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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