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는 '루키 헤이징'이라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 신인선수들은 정규시즌 막판인 9월 선배들이 골라 준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입고 비행기를 타야한다. 여장을 하는 경우가 많고 만화영화 주인공으로 분장하는 경우도 있다. '신참을 못살게 굴기' 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헤이징(hazing)과 딱 들어맞는다.
LA 다저스는 아직 루키 헤이징을 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이제 두 번의 시리즈만을 남겨놓은 상황, 이동일에 맞춰서 하기 위해서는 이번 샌프란시스코 원정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때문에 25일(이하 한국시간) AT&T파크 다저스 라커룸의 신인선수 자리에는 입어야 할 의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류현진의 의자에는 'Stay Puft'라는 영화 속 캐릭터 의상이 있었다. 30년 전 영화인 고스트바스터즈의 마시멜로 괴물이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류현진은 그 의상을 보더니 "나랑 진짜 잘 어울리겠는데?"라고 외치며 경기 준비를 위해 급하게 자리를 떴다.

류현진이 입어야 할 괴물 복장은 꽤나 정교하다. 의상 안에 선풍기가 장착되어 있어 몸을 크게 부풀어보이게 하는 효과까지 자랑한다. 큰 덩치와 밝은 표정은 류현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팀 동료들이 잘 골라준 셈이다.
류현진 외에도 다저스 신인선수들의 자리에는 각자 하나씩 갈아입어야 할 복장들이 있었다. 야시엘 푸이그의 자리에는 50년 전 NBC 아동 시리즈물로 유명한 '검비' 복장이 있었고, 좌완 오넬키 가르시아는 펭귄 옷을 입을 처지에 놓였다.
류현진은 '맨살'을 드러내지 않게 돼 그나마 다행이다. 팀 동료인 스테판 파이프와 팀 페데로비츠는 작년 각각 메이드와 간호사로 분장, 속살을 드러냈고 다르빗슈 유(텍사스)는 배꼽티와 삼각 수영팬티만 입은 채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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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샌프란시스코=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아래 - 류현진이 입게 될 마시멜로맨 코스튬 복장. 출처 - 아마존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