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많이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한화 한용덕(48) 코치가 LA 다저스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다. 한용덕 코치는 지난 3월부터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단계별로 코치 연수를 받은 뒤 지난 14일자로 귀국했다. 류현진(26)이 몸담고 있는 다저스에서 제자의 성공과 위상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5일 한화-LG전이 열린 대전구장을 찾은 한용덕 코치는 "처음에는 낯선 곳에서 연수하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보는 동양인 코치에 대해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진이가 1승씩 거두며 활약할 때마다 나도 어깨가 펴졌다. 현진이 덕분에 많은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류현진을 바라 보는 시선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한 코치는 "초반 시범경기 때만 하더라도 현진이가 아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때 주위에서 많이들 걱정하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담배와 러닝, 불펜피칭을 거르는 문제로 현진이를 영입한 스카우트 담당자도 걱정이 됐는지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한 코치는 "전혀 걱정하지 말라. 내가 신인 때부터 현진이가 성장해오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는데 시즌에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올리는 스타일이다. 성실하고, 긍정적인 선수라 믿어도 된다"고 그들을 안심시켰다. 한 코치 말대로 류현진은 시범경기 막판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시즌 개막 이후 꾸준한 활약으로 다저스 핵심 선발이 됐다. 류현진은 물론 그의 스승이었던 한 코치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들도 달라졌다.
한 코치는 "현진이가 실력으로 보여주니까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덕분에 나도 어깨를 세울 수 있었다. 오히려 구위 자체만 놓고 보면 신인 때가 더 좋다는 말도 했다. 아마 신인 때 현진이 구위라면 정말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현진이를 만나고 왔는데 정말 뿌듯하더라. 큰 무대에서 뛰다 보니 새삼 다르게 보였는데 내 앞에서는 변함 없이 귀여움을 떨었다"고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류현진을 만났다는 한 코치는 "내가 조언해줄게 뭐가 있겠나"며 손사래친 뒤 "돌아오기 전 만났을 때가 13승을 거둔 뒤였다. 현진이에게 이미 넌 충분히 많은 것을 보여줬고, 몸값도 잘 하고 있다. 남은 기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던지라고 이야기해줬다"고 전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마이너리그 루키-싱글A-트리플A로 이동하며 연수를 마친 한 코치는 "마이너리그 생활이 쉽지 않더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물론 비행기를 타도 경유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미국이 그렇게 넓은 줄 몰랐다"며 "많은 경험과 보람이 됐다. 그곳에서도 배팅볼을 많이 던졌는데 덕분에 어딜 가든 환영받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한, 한 코치는 시즌 초반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다저스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와 일화를 전하며 "처음에는 내가 나이도 있고 하니까 핸리가 캐치볼할 때 일부러 더 멀리서 던지더라. 그래도 나도 한 어깨 하니까 밀리지 않았고, 핸리도 그 다음부터 나를 인정해주더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한편 연수 일정을 마친 한 코치는 최근 은퇴한 포수 신경현과 함께 공익근무 중인 안영명·윤규진·장민제·강경학의 훈련을 도우며 한화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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