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경기 어떻게 될지 몰라도 잘해 봅시다".
LG는 지난 22일 마산 NC전에서 6-1로 승리하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10년 연속 가을야구와 인연이 끊겼던 LG에는 그야말로 감격적인 순간. 그러나 LG는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았다. 아직 더 높은 고지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눈물은 그때 흘려도 늦지 않다.
LG 김기태 감독은 "그날 나도 속으로 긴장했다. 4강에 가면 우는 선수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울더라. 난 말도 잘 안 나오더데"라며 웃은 뒤 "그날 경기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려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고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아직 시즌이 더 남아서 그런지 분위기에서 달라진 건 없다"고 덧붙였다.

LG는 이미 4강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여전히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 때 삼성을 넘어 1위에도 올랐으나 최근 4경기 1승3패로 주춤하며 삼성에 다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삼성과 격차는 2경기차로 벌어졌다. 남은 8경기에서 삼성보다 3승을 더해야 역전이 가능하다.
LG로서는 남은 경기가 모두 결승전이다. 특히 28~30일 잠실구장에서 치러지는 넥센-삼성-두산과 3연전이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기태 감독은 "아무래도 주말 3연전에서 어느 정도 순위가 결정나지 않을까 싶다. 한 팀과 3연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하겠다. 3경기 다 이기면 좋겠지만 2승하면 만족"이라고 말했다.
선발 로테이션도 일찌감치 공개했다. 넥센전 레다메스 리즈를 시작으로 삼성전 류제국, 두산전 신재웅이 차례로 나서다. 김 감독은 "리즈의 경우 삼성을 피한 게 아니다. 한 번이라도 더 나오려면 첫 경기에 나와야 한다. 휴식도 길었고, 넥센에도 강했다. 삼성전이 첫 경기였다면 리즈가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위 넥센이 2경기차로 추격해 오는 만큼 2위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날 경기를 잡는 것이 우선이다.
이어 삼성과 마지막 대결을 통해 직접적으로 승차를 1경기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날 선발등판시 15승3패로 무려 8할3푼3리의 승리를 자랑하는 최고의 승리카드 류제국으로 승부한다. 올해 두산전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1.32의 '곰 킬러' 신재웅이 마지막 두산전에 나서 승리 확률을 높였다.
김기태 감독은 "이제 포스트시즌 엔트리도 생각해야 한다"며 "순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1안부터 3안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넥센-삼성-두산과 잇따라 맞붙는 주말 3연전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시험적인 성격을 띄게 된다. 김 감독은 "어느 팀이든 만날 수 있다. 미리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도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며 포스트시즌 예행연습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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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