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가을 전장의 중심에 있었던 SK다. 그러나 올해는 쓸쓸히 마무리훈련으로 가을을 보내야 할 판국이다.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의 산술적 가능성마저 날아간 SK의 시즌 막판에 비상한 관심이 몰리고 있다.
SK는 2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3-7로 역전패했다. 선발 윤희상의 호투에 힘입어 7회까지 3-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계투진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회에만 7점을 내줬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필승조 요원들을 경기에 내지 못하다보니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날 패배로 SK는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하더라도 3위 넥센과 4위 두산을 추월할 수 없게 됐다. 4강 탈락이다.
2007년 이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우승 3회의 업적을 이룬 SK 왕조는 그렇게 가을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매직넘버에 익숙해져 있던 이 팀은 트래직넘버라는 낯선 숫자와 싸운 것에 이어 이제 낯선 가을과 마주하게 됐다. 팀 전체가 혼란스러울 것은 당연하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 이 혼란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대한 지혜가 더 필요한 시점이 됐다.

왕조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야구판도 마찬가지다. 6년 연속 정상에 있던 팀이라면 언젠가는 떨어질 때가 온다. SK도 피해갈 수 없는 진리고 이는 팬들도 잘 알고 있다. 생각보다 추락의 폭이 가파르긴 했지만 그럴수록 이번 가을이 중요하다. 팀을 정비해 내년에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 침체가 계속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6개월에 달렸다. SK의 빠른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저돌적인 추진력이 필요한 이유다.
당장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이만수 감독의 재신임 여부가 그 과제 풀기의 시발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감독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공과가 모두 있다. SK가 어떤 쪽에 무게를 더 두느냐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제 줄줄이 자유계약시장(FA)으로 나오는 주축 선수들의 거취 여부도 SK의 화두다. 올해 정근우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최대어 최정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이 시장에 풀린다. 지난 몇 년간 FA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전력 보강을 이루지 못했던 SK다. 과감하면서도 현명한 투자는 향후 SK의 성적을 좌우할 요소 중 하나다.
장기적인 밑그림 그리기도 필요하다. 정상에 있었던 SK는 상대적으로 ‘아래’를 내다보는 것에 있어 타 팀에 비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동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측면은 분명히 있다. 올해부터 육성파트를 최대 화두로 삼고 1년 내내 시스템 구축에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성과가 제대로 드러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 과도기를 최대한 짧게 만드는 것도 SK의 중대 과제다.
계속해서 팀을 괴롭히고 있는 부상과 관련된 부분도 정비가 있어야 한다. SK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재활, 그리고 이탈과 복귀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시달려 왔다. 이를 끊지 못하면 팀이 가진 전력조차 제대로 낼 수 없다. 예년에 비해 팀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이상 늘어난 만큼 올해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SK 앞에 주어진 과제는 결코 그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