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한다는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MLB)다. 이 무대 근처에 가지도 못하는 선수들이 99%인 가운데 첫 시즌에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을 잡는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성과임에 분명하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이 그 역사 창조에 나선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실점 호투로 시즌 14승을 따냈다. 1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8이닝 2실점 완투패를 당한 아쉬움을 깨끗하게 날리는 한 판이었다. 여기에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 또한 3.03에서 2.97로 내렸다. 2점대 평균자책점에 재진입했다.
이제 류현진은 3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확정지은 다저스는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을 차례로 투입시켜 컨디션 점검에 나선다는 생각이다. 류현진으로서는 홈에서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두 마리 토끼 사냥에도 나선다. 한계투구수까지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승리투수 요건을 챙길 수 있는 5이닝은 채울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MLB 데뷔 시즌에 15승 도전에도 나설 수 있다. 여기에 호투한다면 2점대 평균자책점도 지킬 수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에이스급 투수의 상징이자 류현진이 시즌 막판 가장 중점을 두는 목표이기도 하다. 5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 2실점 이하로만 막는다면 2점대 평균자책점 사수가 가능하다.
만약 류현진이 이 목표를 모두 잡는다고 가정하면 기념비적인 루키 시즌이 될 수 있다. 다저스 역사상 신인 다승 단독 2위에 오를 수 있고 1939년 휴 케이시 이후 15승, 180이닝 이상, 그리고 2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달성하는 다저스의 첫 신인이 된다. 실제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15승을 거두는 신인 선수는 더러 있지만 2점대 평균자책점까지 움켜쥐는 선수는 결코 보기 쉽지 않다.
아시아 야구 역사에도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아시아 출신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자국에서 경력을 쌓은 뒤 MLB에 진출했다. 같은 길을 밟은 류현진과 비교대상으로 올려놓기에 좀 더 용이하다. 그런데 데뷔 첫 시즌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잡은 선수는 없었다. 이를 생각하면 류현진이 향후 아시아 선수들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LA 다저스에서 신인왕을 차지했던 노모 히데오는 1995년 평균자책점 2.54의 빼어난 성적을 냈으나 승수는 13승(6패)이었다. 15승 고지는 오르지 못했다. 역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이시이 가즈히사는 2002년 14승10패 평균자책점 4.27이었고 구로다 히로키는 2008년 9승10패 평균자책점 3.73의 성적이었다.
2007년 보스턴에서 데뷔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15승을 거뒀으나 평균자책점은 4.40으로 약간 높았다. 아시아 루키 데뷔 시즌 최다승을 썼던 지난해의 다르빗슈 유(텍사스)도 16승9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역시 평균자책점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류현진의 비교 대상으로 손꼽혔던 천웨인(볼티모어)의 지난해 성적은 12승11패 평균자책점 4.02였다. 류현진이 마지막 경기가 비상한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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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