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 이후 취재진에게 “3선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제는 굳이 질문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3선발 후보인 류현진(26)과 리키 놀라스코(31)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기 때문이다.
놀라스코는 2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⅔이닝 동안 8피안타 7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이닝마다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발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 못하며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커졌다.
전날(25일) 선발로 등판한 류현진과는 대비됐다. 류현진은 7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시즌 14승째를 안았다. 17일 애리조나전 8이닝 2실점 완투패까지 생각하면 2경기에서 15이닝을 던지며 단 3실점(평균자책점 1.80)밖에 내주지 않았다. 시즌 막판 지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오히려 그 예상을 뛰어넘는 체력과 구위, 그리고 경기운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트레이드로 시즌 중반 다저스에 합류한 놀라스코는 7월 5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숨을 고른 뒤 8월 6경기에서는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64의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보스턴 등 강호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못지않은 상승세를 탔다. 류현진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던 포스트시즌 3선발 자리도 안개가 자욱하게 꼈다. 놀라스코의 우세를 점치는 현지 언론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져 갔다.
그러나 매팅리 감독은 3선발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 시즌 막판까지 두 선수의 구위를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에서 류현진이 앞선 채 시즌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류현진은 9월 3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2.57로 호투한 반면 놀라스코는 2승2패 평균자책점 6.93으로 무너졌다. 1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1⅓이닝 7실점, 20일 애리조나전에서는 5이닝 6실점, 그리고 이날 경기까지 막판 3경기는 낙제점이었다.
어차피 두 선수는 원정보다 홈에서 강하다는 뚜렷한 통계가 있다. 이는 비슷한 조건이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류현진과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지 않은 놀라스코를 감안했을 때 이 조건도 누가 낫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시즌 막판 구위, 그리고 컨디션은 류현진이 좋다는 것이 입증됐다. 여기에 다저스의 디비전 시리즈 상대로 거론되는 세인트루이스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팀 타율이 2할3푼7리(리그 13위)에 불과하다. 역시 류현진의 3선발론 힘이 실린다.
이를 감안했을까. 매팅리 감독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마지막 3연전에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을 투입시켜 마지막 컨디션 점검에 나선다는 생각이다. 류현진으로서는 적절한 등판 간격을 유지하며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런 점도 류현진의 3선발론에 힘을 싣고 있다고 분석 중이다.
포스트시즌이 확장된 마당에 3·4선발이 큰 의미가 있느냐는 물음도 있지만 분명 그 차이는 있다. 4선발은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선발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3승이나 3패는 물론, 만약 다저스가 1승2패로 몰린다면 원투펀치인 커쇼와 그레인키가 3일을 쉬고 4·5차전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불펜대기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3선발 경쟁에서 류현진이 앞서 나가고 있다. 어쩌면 논란은 이미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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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