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는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노모 히데오라는 경쟁 상대를 통해 더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경쟁 의식은 서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 한화에서도 팀 내 선의의 경쟁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분위기가 피어나고 있다. 같은 좌완 투수 유창식(21)과 송창현(24)의 관계가 그렇다.
최근 한화에서 가장 뜨고 있는 선수는 두 말 할 것 없이 송창현이다. 장성호(롯데)와 1대1 맞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송창현은 무서운 성장 속도로 단숨에 한화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떠올랐다. 최근 6경기 평균자책점 1.64로 가공할 만한 위력투를 뽐냈다.
송창현이 뜨는 사이 유창식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갔다. 유창식은 누가 뭐래도 한화 최고의 유망주였다. 2011년 전체 1순위로 계약금 7억원을 받으며 입단한 그는 장차 류현진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한화의 좌완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올해 풀타임 선발로 김응룡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며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송창현이 비집고 들어왔다. 유창식이 2군으로 내려간 5월 중순 1군에 승격된 송창현이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유창식 역시 8월 1군 복귀 이후 한층 나아진 투구내용으로 안정감을 자랑했지만 송창현은 그보다 더 위력적인 피칭으로 한화 최고 유망주 타이틀을 뺏었다. 젊은 두 좌완 투수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송창현이 9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44로 꾸준히 위력을 이어가자 유창식도 지난 25일 대전 LG전에서 시즌 최고 피칭으로 존재감을 되살렸다. 프로 데뷔 후 최다타이 7⅔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송창현 이상의 피칭을 펼쳤다.
이에 대해 유창식은 "서로 의식하는 건 없다. 경쟁 의식보다 같은 팀 선수이니까 다 같이 잘 던지면 좋은 것이다. 팀이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며 "내년 시즌에는 같이 잘 던져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으로 함께 발전하기를 바랐다.
한화 구단 관계자도 "송창현의 활약을 보고 유창식도 많이 자극을 받은 것 같다. 말은 그렇지 않아도 서로 경쟁 의식이 있을 것"이라며 흐뭇하게 바라봤다. 한화에는 그 흔치 않은 젊은 좌완 영건이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있다. '좌완 영건 원투펀치' 유창식과 송창현의 경쟁 관계가 한화의 희망찬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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