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서 미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원석(27)과 양의지(26)가 그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왔을 때 그 팀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거나 리그를 제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임 2시즌 동안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게 된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3루수 이원석과 주전 포수 양의지의 단기전 맹활약을 바랐다.
4위 두산은 지난 25일 5위 롯데와 6위 SK가 각각 패하면서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아직 순위 경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단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두산이다. 시즌 중반 투수진의 슬럼프,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부상 공백 등에도 노경은, 유희관 등 선발 투수들의 활약과 두꺼운 야수층에 힘입어 가을잔치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26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아직 순위가 결정되지 않았으나 포스트시즌 진출로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을 찾고 플레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며 “시즌을 치르며 승부처와 팀 운용 노선이 맞지 않은 점은 아쉬웠으나 끝까지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시즌을 돌아보고 각오를 보여줬다.
단기전의 속설 중 ‘미치는 선수가 있는 팀이 승리한다’라는 것이 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를 미치는 선수로 일컫는 데 대체로 타자 쪽에서 미치는 선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타율 3할을 잘 치는 타자로 평가하는, 어떻게 보면 ‘못 쳐도 본전’인 타격 면에서 의외의 시나리오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감독에게 어떤 선수가 단기전에서 미쳐줬으면 좋겠는지 묻자 “이원석과 양의지”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원석은 올 시즌 초반 2군에 상당 기간 있기도 했으나 팀의 주력 3루수로서 80경기 2할9푼9리 9홈런 35타점으로 좋은 타격도 보여줬고 양의지는 팀의 주전 포수다. 이원석은 최근 6번 타자로 자주 나서고 있고 양의지는 올 시즌 대부분 8번 타자로 출장했다.
“상위 타선에서 이종욱-민병헌의 출루 덕분에 득점이 많이 일어났다”라고 밝힌 김 감독. 여세를 몰아 확실한 쐐기점을 올리거나 경기 중반 찬스 상황 해결을 위해서는 이원석과 양의지의 맹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원석과 양의지는 발이 빠른 선수들은 아니다. 따라서 누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흔들기보다 유주자 시 밀어치는 팀 배팅은 2루타 등 장타도 때려낼 수 있는 힘을 발산해 달라는 김 감독의 의중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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