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엔트리에 유일한 좌완. 그러나 7월까지 선발로서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며 팀을 이끌어왔던 보물 신예다. 5점 차 여유있는 상황에서 1이닝을 던지기 위해 올라왔다. 경기 감각을 위한 이유도 있으나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선수의 몸 관리 등을 감안하면 아쉬운 전략이다. 두산 베어스의 유일한 좌완 선발 유희관(27)이 23일 롯데전 2⅔이닝 계투 등판 사흘 후 계투로 등판했다.
유희관은 26일 잠실 NC전서 6-1 5점 차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2사 후 모창민에게 볼넷, 나성범에게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내주며 2,3루 위기에 몰린 뒤 이호준의 파울 타구를 포수 양의지가 잡지 못하며 암운을 드리웠으나 스스로 이호준을 삼진처리하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009년 입단 뒤 2010시즌 후 상무 입대, 지난해 말 상무 제대 후 본격적인 첫 1군 풀타임 시즌을 맞은 유희관은 전날까지 38경기 9승6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50으로 호성적을 올렸다. NC 에이스 이재학과 함께 시즌 끝까지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올 시즌 두산의 히트상품 중 한 명. 계투로 시작했다가 5월서부터 선발로 전향해 호투하며 일약 주축이 된 유희관은 시즌 말엽 들어 표적 선발 혹은 계투로 번갈아 나서고 있다.

유희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야구 시작 이래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점. 데뷔 시즌 2009년에도 유희관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군에서 선발-계투를 오가며 던졌다.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몸을 물려받았다는 증거이지만 선발-계투를 연달아 오가는 등판 일정은 선수에게 좋은 영향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야구계의 속설 중 “투수의 어깨는 지우개와 같다. 쓰면 쓸 수록 닳기 때문”이라는 것이 있다. 개인차를 고려한다 해도 유희관 또한 사람이다.
전반기 2.33의 평균자책점(당시 2위)으로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여줬던 유희관의 후반기 성적은 12경기 4승5패 평균자책점 4.99. 막판 들어서는 표적 선발 등판과 함께 깜짝 계투 등판도 이어졌다. 문제는 선발로 나선 투수가 등판 후 로테이션이 올 때까지 공을 던지지 않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판 이틀 전 불펜 피칭도 하고 또 일정에 맞춰 몸을 만든다.
유희관을 계투로도 활용해야 하는 팀 사정은 어쩔 수 없다. 순위 경쟁 가능성이 없지 않은 데다 1군 내 유일한 좌완. 짧게라도 활용하고 시일을 둔 뒤 강점을 비춘 팀에 선발로 내세울 수도 있다. 납득이 가는 고육책이기는 하지만 여유 있어 보이는 리드에서 굳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좌완을 투입해야 했는지는 다소 아쉬운 부분. 유희관은 페넌트레이스 종료 전 마지막 선발 등판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팀 사정 상 등판이 오락가락하기는 하지만 선수를 생각하면 일말의 우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지닌 농부가 일확천금을 위해 배를 갈랐다가 낭패를 본 이솝우화가 있다. 극단적인 비유일 수 있으나 두산 입장에서 유희관은 귀하게 얻은 황금 좌완이나 다름없다. 당장 어떻게든 써서 힘을 짜내야 하는 투수가 아니라 앞으로도 오랫동안 잘 활용해야 할 좌완이라는 뜻이다. 등판 일정이 들쑥날쑥해질 수 밖에 없다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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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