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고 부정적이던 학생들이 합창으로 하나가 됐다. 목표도 없이 살아가면서 하루하루 놀기 바빴던 그들이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합창대회 연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미화 논란 등을 빚은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송포유'의 마지막은 감동 그 자체였다. '송포유'는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가 마스터가 돼 꿈과 목표 없이 좌절한 학생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송포유' 마지막 회에서는 합창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들어간 성지고등학교 학생들과 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1,2부에서 보여줬던 자극적이고 삐딱한 모습은 지워졌고, 두 팀 모두 대결에서 승리해 폴란드에서 열릴 코페르니쿠스 국제합창대회에 나가려고 열정을 불태웠다.

엄정화와 함께한 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은 성지고등학교와의 최종 대결을 앞두고 가수 정재형이 보는 앞에서 무대를 점검받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큰 무대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망설였고, 엄정화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대가 끝난 후 학생들은 변해갔다. 연습시간에 지각하는 것은 물론 졸기까지 했던 학생들은 스스로 남아서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는 등 합창대회에 대한 열의를 보여줬다. 분명 그들에게 새로운 목표와 의지가 생긴 것. '송포유'가 의도했던 학생들의 변화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승철과 성지고등학교 학생들은 실전 경험을 익히기 위해 무대에 섰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몇 차례의 공연을 진행하며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최종 대결에서 두 팀 모두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했다. 절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 같던 학생들은 무대 위에서 진심을 담아 노래했고, 스스로 즐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아들, 딸들의 방황에 걱정하던 가족들과 선생님들도 완성된 무대를 보고 기쁨과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감동적인 무대를 완성한 성지고등학교와 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합창단 모두가 승리자였다.
결국 성지고등학교는 대결에서 승리해 폴란드로 떠났다. 근소한 차이로 성지고등학교에 패배한 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은 엄정화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열심히 했던 만큼 아쉬움은 컸고, 한 학생은 자신이 좀 더 잘하지 못해서 진 것 같다며 서럽게 울었다. 합창 연습 초반처럼 의지 없이 열심히 하지 않고 지나갔다면 패배의 아쉬움과 아픔이 덜했겠지만 진심을 담아 열심히 했던 아쉬움의 무게도 컸기 때문에 그들의 눈물은 더욱 안타까웠다.
성지고등하교 합창단은 폴란드에서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냈다. 성지고등학교는 코페르니쿠스 국제합창대회 팝&재즈 부문에 출전해 은상(SliverⅨ)을 수상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높은 순위는 아니었지만 수상보다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해 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다. 또 합창대회에 참가하기까지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열정과 노력 모두가 값진 경험이었다.
합창대회가 끝난 후 학생들은 '송포유'를 통해 삶이 변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방송 후 아버지와 대화하는 횟수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고, "나쁜 생활을 잃었다"고 말한 학생과 "부지런해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다" 말한 학생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각을 일상처럼 하던 학생들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에 임하기 시작했다. 분노 대신 감사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됐고, 늘 삐딱한 시선이었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또 성지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어렸을 때 친구들도 많이 괴롭히고 그랬었는데 이게 나중에 보니까 그렇게 고통 준만큼 나한테 돌아오더라. 피해자들 보는 것도 미안하고 옛날에 했던 짓들이 나한테 다 돌아올까 봐 굉장히 무서웠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뭘 해야 할지 생각도 못하고 그랬는데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송포유'가 자신에게 가져다준 변화에 대해 털어놨다.
논란이 됐던 1,2부와 달리 '송포유' 마지막 회는 진심과 감동을 담은 진지한 분위기가 깊었다. 이번 합창대회를 통해 값진 경험을 마친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줬다. 방송 초반 학생들의 태도와 자극적인 인터뷰 내용 등이 불편한 시선을 만들어냈던 것은 사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목표 없이 삶을 살아가던 학생들에게 의지를 심어주고, 열정을 느끼게 해준 것, 그리고 변화의 기회를 주고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어 준 것이 '송포유'의 진정한 선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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