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정상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을 한다. 올 시즌 삼성의 행보를 봐도 그렇다. 타 팀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여전히 선두다. ‘1등’의 자존심이 그 하나의 원동력이다.
삼성은 26일 현재 72승48패2무(승률 .600)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LG와의 승차는 1.5경기다. 남은 경기 결과를 봐야 하지만 일단 정황상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성적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지금의 승차도 이를 잘 말해준다.
사실 삼성이 지난 2년에 비해 못한 것은 아니었다. 삼성의 2011년 승률은 6할1푼2리였다. 지난해는 6할1푼리였다. 올해도 6할을 기록 중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의 페이스는 그다지 처지지 않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오히려 “우리 페이스는 작년보다 더 낫다”라고 말한다. 지난 2년은 초반에 부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올해는 큰 위기없이 지금까지 흘러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딱 한 번 위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의 일이다. 부상자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조동찬이 베이스러닝 중 무릎 부상을 당했고 배영섭은 얼굴에 공을 맞아 이탈했다. 채태인 진갑용 이승엽도 부상으로 보름에서 한 달 동안 팀을 비웠다. 지난 2년에 비해서는 확실히 부상자가 늘어나면서 팀도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류 감독도 “그 때가 힘들었다. 5할을 못했다”라고 떠올렸다.
그 사이 LG가 삼성을 추월하며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삼성이 그냥 주저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역시 강자였다. 다시 전열을 정비해 치고 올라갔고 이제는 한국시리즈 직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26일 문학 SK전에서 패하기 전까지는 8연승을 내달리기도 했다. 모든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시즌 막판의 8연승은 그 자체로 삼성의 강인함을 의미하는 좋은 증거다.
류 감독도 선수들에 대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비결 중 하나로 자존심을 들었다. 류 감독은 “우리는 3·4위를 목표로 하는 팀이 아니다. 1위를 달리다 주춤했고 그 사이 LG가 치고 올라왔다. 선수들이 자존심이 좀 상했다고 해야 하나”라면서 “부상 선수들을 보면서 선수들이 하나의 계기를 찾은 것 같다”라고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2등이라는 성적은 ‘1등’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 1등 자부심은 마지막까지 삼성의 집중력을 강하게 하는 좋은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류 감독은 “집중력이 좋아졌다”라고 하면서 “숫자로는 우리가 유리하지만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선수단에 주문했다. 1등이라는 자존심을 놓치지 않기 위한 삼성이 안전한 시즌 마무리를 노리고 있다. 이런 욕심은 조금 더 부려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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