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한동민(24, SK)의 이름을 아는 야구팬들은 극히 드물었다. 1군 출장 기록도 거의 없었기에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이제 한동민을 이름을 모르는 프로야구 팬들은 거의 없다. 그 자체만으로도 한동민의 1년은 성공했다고 할 만하다. 성과와 아쉬움을 모두 가슴에 품은 한동민이 더 나은 2014년을 바라보고 있다.
올 시즌 SK 신진세력 중 가장 눈부신 비상을 한 한동민은 92경기에서 타율 2할5푼5리, 12홈런, 47타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사실상 올 시즌이 1군 첫 시즌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치다. 오히려 시즌 중반 수비 상황에서 무릎을 다쳐 이탈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성적을 냈을 법도 하다. 이만수 SK 감독은 “어차피 한 번 떨어질 타격 주기라면 일찍 떨어지고 다시 올라올 수도 있었을 텐데…”라며 부상을 아쉬워할 정도다.
자신도 아쉬움을,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동민의 2013년은 알을 깨고 나오는 시기였다. 12개의 홈런을 치며 팀 내에서 최정 박정권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쳤고 박정권 홀로 분투했던 중심타선의 좌타 라인에 가세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1군의 수많은 투수들과 상대하며 경험을 쌓았다는 점은 내년을 더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한동민도 “지난해 이맘때랑 비교하면 용됐죠”라며 수줍게 1년을 돌아봤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만족보다는 보완점 찾기에 더 골몰하는 한동민이다. 직구 대처 능력은 1년 만에 검증을 마쳤다. 빠른 공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변화구가 문제다. 한동민은 “홈런 12개 중 직구가 10개더라”고 한숨을 내쉰 뒤 “포크볼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데 커브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치든지,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든지 해야 하는데 둘 다 안 된다”라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변화구를 공략하지 못하면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수비도 한동민의 시선이 향하는 지점이다. 한동민은 올 시즌 1루와 우익수를 오고 갔다. 하지만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때때로 팬들을 놀라게 하는 호수비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미숙한 플레이가 나오기도 했다. 한동민은 “수비가 안 된다”라면서 “지명타자가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라고 했다. SK의 두꺼운 외야에서 수비로도 인정을 받는 것이 한동민의 다음 목표다.
어느 정도 성과에 만족할 법도 하지만 한동민은 “정말 문제는 내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차 징크스를 뚫어야 한다는 것은 한동민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한동민은 “이제는 상대가 내 약점을 다 알고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상대마다 볼 배합이 다 다르더라”라며 현실을 또렷하게 직시했다. 1년 내내 써내려간 빼곡한 오답노트가 한동민의 머릿속에 잘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한동민이기에 전망은 밝다. 겨우 내내 땀을 흘리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게 야구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 한동민이 한 번 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SK의 2014년 성적과 연관되어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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