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켜봐야해” 조범현의 날카로운 눈빛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9.27 17: 37

조범현(53) KT 감독은 요즘 정신이 없다. 신생구단 KT의 수장으로서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전력 구상에 여념이 없다.
KT의 창단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조범현 감독은 27일 수원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에서 열린 KT의 공개 트라이아웃을 지켜봤다. 이날은 3일 일정의 마지막 날, 다시 말하면 최종합격자를 가려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자체 홍백전을 지켜보는 조 감독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경희대국제캠퍼스 내 위치한 야구장으로 향했다. 트라이아웃 관계로 KT의 선수들이 이곳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말없이 어린 선수들의 연습 과정을 지켜봤다. 그러면서도 지적할 부분은 확실히 하는 모습이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배팅 연습 때 채종범 코치를 불러 “다리를 벌리고 치게 하라”라고 딱 한 마디 지시를 내렸다. 어린 선수들이 상체만을 이용해 타격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단 한 마디지만, 가장 효과가 확실한 처방을 내리고 있었다.

KT는 아직 선수단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다. 신인들 중에서도 전국체전에 뛸 선수들은 아직 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자체 경기는 꿈도 못 꾼다. 훈련 효율성도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조 감독의 눈매는 매섭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감상에 대해 “이제 훈련을 시작한 지 3일 정도 됐다. 캄캄하다”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지금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량 향상도 중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조 감독의 생각이다.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조 감독은 그 잠재력을 보는 뛰어난 눈이 있다. 몇몇 놀라운 일들도 직접 경험해봤기에 그 가능성을 믿는다. 조 감독은 “어린 선수들 아닌가. 잠재력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되겠나’ 싶다가도 한 순간에 탁 튀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가르친 선수들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튀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믿는다.
조 감독은 “이 중에서 2년 뒤 1군에서 살아남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한 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다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KT의 어린 선수들은 이런 조 감독의 마음을 잘 아는 듯 경쟁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조 감독의 매서운 눈에서 KT의 힘찬 출발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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